3월의 강원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은 내 생일이다. 생일 겸 4주년을 맞아 강원도 고성-속초 여행을 계획했다. 작고 파도가 센 가진해변에 가는 것이 목적이었고,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 기억에 남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가진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기에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다.
4년동안 한결같은 서로에게 감사하며, 우리를 담은 영상과 사진도 찍어봤다.
가진해변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송지호를 갔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와는 다른 은근한 매력의 호수.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조용했고, 송지호를 눈에 담기 위해 걸어가야하는 작은 오솔길도 아름다웠다.
물결에 반사되는 빛이 일렁이는 것을 참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노을 무렵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노을 질 때의 물결이 붉은 색을 띄는 따뜻한 느낌이라면, 아침의 호수는 푸르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고성-속초의 구간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해변에 갔다. 2월의 '괌'여행에서 어딘가에 소개된 멋진 곳 만큼이나 네비게이션 없이 중간에 멈춰선 곳들도 좋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사람이 없고,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었던 곳은 후자였던 것 같다.
막국수와 메밀만두 한 접시를 먹고 나서,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에 적어둔 동아서점을 방문했다. 주인의 느낌에 맞게 포스트잇 형식의 라벨을 붙여 책을 모아둔 것이 좋았다. 그냥 디자인과 색깔만으로도 좋은 펭귄클래식 시리즈도 있었지만 참았다. 대신 원래 사려고 했었던 '아무튼, 서재'와 '아무튼, 망원동' 2권만을 샀다.
가보고 싶은 까페로는 '글라스하우스'를 메모해두었었는데, 유명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고 조용히 책을 읽을 분위기가 아니어서 관두었다. 오히려 까페 앞 #천진해변 에서 서핑을 즐기는 3명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작년 제주도에서 서핑체험을 했을 때는 키보다 더 큰 보드를 파도치는 바다에서 컨트롤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었는데, 밖에서 지켜보니 나도 모르게 훈수를 두고 쉬워보이는 것이 우스웠다.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는 건 이렇듯 다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가진해변'과 '대포항의 새우튀김'이었기 때문에 대포항 근처의 숙소를 잡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는데, 화장실에 머리카락 한 올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다음날 아침 서울로 돌아가기 전 유명한 #만석닭강정 을 사서 속초해변에 갔다.
새로 개통된 양양고속도로는 강원도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었다.
'마음먹고 가야될 곳'에서
'주말이면 언제든 갈만한 곳'으로.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지만
바다는 넘치지 않고 고요하다.
─ 바가바드기타, 2:70.
10-11, 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