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어떤 주사님이 웃으며 장난을 건넨다.
"주사님~ 그거 안 어울리는데 다른 거 없어?"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어서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저 살면서 이런 말 처음 들어요!!!
새해 덕담을 이런 식으로 하신다고요?"
라고 웃으며 답해버렸다.
그런데 밥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그렇게 안 어울렸던 걸까?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해 준 말은 아닐까?
아까 들은 말을 되새기며 괜한 나를 탓해본다.
이 탓의 시발점은 타인으로부터 시작되었을지언정
지나가는 웃음을 붙잡아 상처로 받아들인 건
결국 그 말을 곱씹은 나 자신이었다.
곱씹지 않았다면 상처받지도 않았을 텐데.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상처받는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그 상처를 짓무르게 하는 공범이 되기도 한다.
지난날 내가 받았던 수많은 상처들 중에서
어쩌면 상처로 남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들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