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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잠 Sep 09. 2024

감정에도 우열이 존재하나요





누군가가 본인의 힘듦을 털어놓는다.

그럼 질 세라 그 얘기를 듣던

다른 누구도 본인의 힘듦을 꺼낸다.

그러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다들 마음속 기저 어느 곳에 숨겨두었던

고통들을 나열하곤 한다.

사람들은 이기는 걸 좋아한 나머지

이제는 고통마저도 타인 보다 앞서고 싶어 하나 봐.

겨룰 게 없어서 고통의 양을 겨루다니.


꼭 고통만 그런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행복이란 단어를 묘사하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행복을 나열한다.

이 공간에는 다른 감정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온통 행복으로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

이것마저도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곤 한다.

감정은 상대적인 게 맞는 건지

분명 나도 행복한 건 맞는데

저 사람만큼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우리는 감정을 숫자로 셀 수 없어서

상대적으로 그 위치를 찾는 것 같다.

저 사람보다 내가 더 행복한 것 같으니

나는 행복한 게 맞는 것 같고

저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으니

나는 불행한 게 맞는 것 같고.


감정 그 자체에 머무르고 싶다.

크고, 작고, 하나, 둘

이런 변수 같은 감정이 아니라

행복이면 행복, 불행이면 불행

감정 단 하나에 솔직해지고 싶다. 

감정에도 우열이 존재하는 게 맞는 걸까?

내 감정은 늘 상수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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