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본인의 힘듦을 털어놓는다.
그럼 질 세라 그 얘기를 듣던
다른 누구도 본인의 힘듦을 꺼낸다.
그러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다들 마음속 기저 어느 곳에 숨겨두었던
고통들을 나열하곤 한다.
사람들은 이기는 걸 좋아한 나머지
이제는 고통마저도 타인 보다 앞서고 싶어 하나 봐.
겨룰 게 없어서 고통의 양을 겨루다니.
꼭 고통만 그런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행복이란 단어를 묘사하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행복을 나열한다.
이 공간에는 다른 감정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온통 행복으로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
이것마저도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곤 한다.
감정은 상대적인 게 맞는 건지
분명 나도 행복한 건 맞는데
저 사람만큼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우리는 감정을 숫자로 셀 수 없어서
상대적으로 그 위치를 찾는 것 같다.
저 사람보다 내가 더 행복한 것 같으니
나는 행복한 게 맞는 것 같고
저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으니
나는 불행한 게 맞는 것 같고.
감정 그 자체에 머무르고 싶다.
크고, 작고, 하나, 둘
이런 변수 같은 감정이 아니라
행복이면 행복, 불행이면 불행
감정 단 하나에 솔직해지고 싶다.
감정에도 우열이 존재하는 게 맞는 걸까?
내 감정은 늘 상수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