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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Jul 08. 2017

나를 기억해 쿠바 _pt.4

우리가 사랑한 도시들


쿠바는 중앙 아메리카의 카리브해 서부에 있는 나라로 북으로는 바하마와 미국, 서쪽으로는 멕시코와 온두라스 등이 속한 유카탄반도, 남쪽으로는 자메이카와 아이티를 마주한 섬나라입니다. 미국인부터 유럽, 남미의 사람들까지 사랑해 마지않는 카리브해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죠.


수도인 아바나가 워낙 유명하지만 다른 매력적인 도시도 소개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희가 찾아간 곳은 트리니다드와 비냘레스. 이 곳들 말고도 혁명이 시작되고 체게바라가 잠든 산타클라라,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가 유명한 바라데로 등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마음이 편안한 도시를 정하다보니 세 곳으로 압축되었습니다.


중남부의 해안도시 트리니다드. 삼부신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1988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자갈을 박아놓은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 올라가면 중심가인 마요르 광장에 닿습니다. 19세기 당시에는 귀족과 백작들이 살던 지역이었습니다. 건축박물관인 이스나가 맨션이나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깐테로 궁전 등 낭만적이고 멋진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일대에서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는데요, 다양한 공예품을 파는 상점과 음식점, 술집 등이 즐비합니다. 특히나 밤이 되면 더욱 분주해지는 이곳은 ‘까사 데 라 무지카’(casa de la musica) 즉 음악의 집에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라이브 연주를 즐기며 춤을 춥니다. 넓직한 앞의 계단은 음악을 배경으로 모히토를 한 잔 하는 정취를 즐길 수 있지요. 음악과 춤이야말로 현지인이든 여행객이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물론 쿠바를 대표하는 럼도 빠질 수 없지요.

조금 더 춤과 음악을 즐기려면 더 높은 언덕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매일 밤 문전성시를 이루는 동굴 클럽 ‘Disco Ayala’ . 정말로 커다란 천연 동굴을 그대로 둔 채 디스코 클럽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길은 완연한 자연의 뱃속인데, 점차 조명과 쿵쿵 울리는 음악이 가까워지면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좁은 돌 틈새를 지나면 펼쳐지는 넓은 홀은 흡사 다른 행성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춤과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죠.


쿠바의 특산품 럼을 베이스로 만든 훌륭한 칵테일이 제법 많습니다.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모히토, 헤밍웨이가 즐기던 다이끼리, 또 저희가 애정해 마지 않은 피냐콜라다 등이 있지요. 맛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곳은 아바나에 많지만 저는 이곳에서 즐기던 칵테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트리니다드 시내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앙꼰 해변. 중미 국가 사람들의 자랑 까리베(caribe)의 아름다운 해변을 마주한 채 들이키는 남국의 정취는 제 생에 이런 낙원을 몇 번이나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연 야자 잎으로 만든 파라솔 아래 비스듬히 누워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간들이 여행의 중요한 쉼표가 되어주고 그 어떤 화려한 경험보다 호사스러운 시간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쿠바는 음식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물자가 부족하기도 했고, 혁명이나 설탕산업의 쇠퇴와 함께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탓이겠지요. 그렇지만 트리니다드에 가신다면 꼭 바닷가재 요리를 드시길 추천합니다. 카리브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바닷가재가 나오는데 크기며 가격이며 쿠바를 제외한 그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탁월함이 있습니다. 양념을 하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 반을 갈라 구워 내오는 바닷가재의 그 탱글탱글한 맛은 여전히 잊을수가 없네요.


해안의 아름다움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산악지역인 피냐르 델 마르로 떠납니다. 이곳을 대표하는 도시 비냘레스는 중심가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소도시입니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나 만나는 붉은 대지와 독특한 지형은 이곳을 역시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만들었습니다. 과거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애정하던 곳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학생 때 배운 카르스트 지형의 산을 만날 수 있는데요. 석회암 지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풍화되어 깎이면서 형질이 다른 부위가 남아 독특한 산 모양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쿠바에서는 모고테라 부르는 이 산들을 말에 올라 둘러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승마에 대한 경험이 없는 누구라도 비냘레스에서는 쉽게 체험해 볼 수 있는데요, 자전거나 트래킹도 있지만 온순한 말을 타고 다니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비옥하기 그지없는 이 지역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담배, 사탕수수, 커피 등을 재배하는 밭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 아름다운 강과 계곡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중간에 들르는 종유석 동굴은 뙤약볕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기운은 불어넣어줍니다. 시가 농장 중간에 있는 커다란 오두막은 담뱃잎을 말리는 창고로 높이 쌓인 잎 들 아래서 시가의 종류와 만드는 방법들에 대해 들을 수 있지요.

비냘레스 시내가 작다고 즐거움이 작은 것은 아닙니다. 여느 지방의 읍내와 같이 길을 따라 다양한 상점들이 발달해있고, 특히나 다른 곳보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듯한 장면들과 마주 할 수 있습니다. 칵테일을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자들부터 솜사탕을 사기 위해 줄 선 아이들까지. 느긋하게 흐르는 계곡 마을의 시간을 보면서 골목골목 찾아다니는 레스토랑과 바는 달콤한 추억을 남겨줄 것입니다.


동서로 길게 뻗은 쿠바는 이동거리가 결코 짧지는 않지만 각 도시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과 각자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이야 말로 쿠바여행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까요?


원문 스토리 펀딩 -> https://storyfunding.kakao.com/episode/2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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