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지 않았던 자궁 외 임신이 종료되기까지 나는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자궁 외 임신으로 판정받고 수술대신 MTX(Methotrexate) 주사를 두어 차례 맞았지만 의사의 잘못된 판단 혹은 놓쳐버린 타이밍으로 결국 나의 한쪽 나팔관이 파열되었다.
내 자궁에 피가 가득 차오르고 그로 인해 찢어질듯한 통증은 허리조차 펼 수 없게 만들었다.
다니던 산부인과에 긴급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의사는 응급수술을 위해서는 대학병원이 안전하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본인이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통증이 거세지고 있었으므로 논쟁의 여지는 없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119 구급대에 연락해 30여 분 만에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때마침 저녁 교대시간에 걸려 침대에 눕혀진 채 한참이나 대기를 해야 했다.
내 자궁 안은 이미 지옥이었지만 팔에 꽂힌 링거주삿바늘만 나를 위로해 주었다.
많은 피를 쏟아서인지 한차례의 경련 후 가족들이 슬슬 모이는 시간이 되어서야 응급수술이 잡혔다.
복도를 따라 침대에 눕혀진 채 이동하던 나는 차갑고 어두운 잿빛 회복실에서 간호사의 부름에 눈을 떴다. 찰나의 시간이었던 듯한데 어느새 내 배꼽에는 큰 거즈가 붙어있었다.
차가운 금속 쇠붙이들이 결국 내 배꼽을 찢고 들어가 이 길고 길었던 자궁 외 임신을 끝내주었나 보다.
몽롱한 내 몸은 침대에 눕혀진 채 엄마가 기다리던 입원실로 옮겨졌다.
자궁 외 임신은 내가 참으로 나약한 인간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임신테스트기에서 처음 두줄을 보았을 때 이 임신이 무사히 끝나 이쁜 아가를 만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지만
자궁 외 임신을 판정받고 나서 이 임신이 제발 무사히 종결되기를 기도했다.
나는 그렇게 간사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자궁 외 임신은 부부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남편의 몫은 내 안부를 챙겨주면 되는 것이었다. 이 잘못된 임신은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나만의 아픔이었다.
내 배꼽에 생긴 흉터처럼 나에게만 남은 상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