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 그 사이에서
Le samedi 14 octobre 2023
그와 있을 때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씩씩한 어른이 연약한 아이가 되는 기분이라고 설명하면 될까? 그 넘어가는 순간이 나에게도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쑥스럽다.
폰으로 연락할 때 난 딱딱한 여자친구일 거다. 얼마 전 동생 커플이 나누는 카톡을 우연히 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자들은 보통 저런 식으로 남자친구에게 카톡 하는 걸까 내 눈엔 정말 우웩 이었다. 깜찍한 말투와 서로 간 우쭈쭈거리는 내용들이 신기했다.
카톡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지 않은 나는 중독에 약하다. 채팅이 실시간으로 이어질 때 뇌에서 분명 짜릿함이 느껴진다. 1분 1초는 매사 똑같이 흘러갈 텐데 카톡 할 땐 어찌나 쏜살같이 흘러가는지.. 가 버린 시간과 온라인에서 나눈 대화 간의 가치를 비교해 보자면 답은 명백하다.
그래서 만났을 때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하고자 한다. 온라인 세상은 잊은 채 사랑으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렇다, 나는 오프라인에서 아이가 된다. 깜찍한 말투를 사용하는지 자각할 수 없지만 곁에 붙어서 어루만지고 얼굴을 묻는다.
하지만 꼭 좋은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현실로 돌아올 때면 최소 몇 시간은 걸린다. 해야 할 일을 눈앞에 두고도 집중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에게 돌아가 계속 놀자며 칭얼대고 싶다. 과장하면 수면마취에서 깨는 기분이다. 마취에 취해 계속해서 더 자고 싶은데 간호사 언니가 자꾸 현실로 돌아오라고 한다. "00 님~ 일어나셔야 하세요~ 마취에서 깨셔야 해요. 정신 차려 보세요~"
오죽하면 최근에 그는 헤어짐을 평소보다 아쉬워하고 힘들어하는 내게 "더 큰걸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나를 달래듯이 말했다.
가끔은 이런 내 모습이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와 있더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고 이 사랑의 감정에 푹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스스로 제동을 걸 때도 있다. 온종일 그와 있을 수는 없기에 달콤한 사과를 멀리하고 싶은 거다.
행복하자고 하는 연애, 우리를 축복하며 현재에 사는 사람이 되기를 그와의 다음번 만남을 기다리며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