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는 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 좀 의아하게 생각해요. 보통 (특히나 남자들의 경우)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만나게 되면 그 이후론 주기적으로 미용실을 찾아가 그 스타일을 유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긴 하죠. 그래서 '담당 선생님'도 생겨나게 된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질 못하겠어요. 머리가 짧으면 길러보고 싶고, 어느 정도 길었다 싶으면 파마도 해보고 싶고, 파마가 지겨워지면 염색도 해보고 싶어요. 딱히 담당 선생님도 없습니다. 기존의 제 머리가 어땠는지 기억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모든 일에 대해서 항상 좋아하는 주기가 짧은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상을 또 사서 입기도 합니다. 제 마음에 꼭 맞게 찢어진 청바지를 발견하면 (청바지의 찢어진 정도가 마음에 쏙 들기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 팔리기 전에 한 벌쯤은 미리 사놓습니다. 신발은 나이키의 에어맥스 90 시리즈를 제일 좋아해서, 작년에 다섯 번째 에어맥스 90을 구입했습니다.
돌이켜보니 특이한 사람이 되고 싶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만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디자인에 꽂혀서 계속 같은 라인을 구매하는 것도 '넌 왜 자꾸 머리를 바꿔?' 혹은 '넌 왜 그것만 신어?'라는 반응을 즐기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난 너랑은 달라' 혹은 '난 평범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치기 어린 제 모습을 사랑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이런 어른이 되어버린 거죠.
하지만 다시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 사실은 특별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남들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남들보다 '나은'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너무 많고, 무엇 하나 남들보다 낫다고 내세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태생부터 남들과 다른 센스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곱절의 시간과 노력은 투입해야 특별하다는 소리를 듣는 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특별하지는 않지만 특이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듣고 딱 그 한 구절이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특별하지 않으니 특이한 사람 돼야지.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없다고 해서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지는 말아야지. 뭐라도 좀 다른 모습의 내가 돼야지. 최소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부끄러워 말고 고집할 수 있는 배짱은 길러야지. 그런 마음이 전해졌어요.
그런 삶을 유지하려면 앞으로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그냥 지금껏 살던 대로만 살아가면 되려나요. 날마다 나타날 수많은 갈림길 중에서 어디로 가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산 너머 산, 강 건너 강입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언제나 이렇게 숙제를 짊어지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