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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수 Jun 14. 2018

언론의 권력 견제

매카시즘과 See It Now를 통해 생각해보는

20세기 냉전시대에 미국은 적색공포에 떨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내 반공주의 정치의 도래를 이끌었다. 그 시작은 국내 공산주의 차단을 의도로 시작하였지만, 이내 공산주의 마녀사냥,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의 흑백선전의 수단과 같은 기형적 정치형태로 변질되기에 이른다. 


마침내 이러한 공포 분위기는 반공주의 주도자의 탈을 쓰고서 정치적 흑백선전과 모순적인 마녀사냥을 일삼는 조셉 매카시(Joseph McCarthy)라는 비정상적인 정치인과 매카시즘이라는 비극적인 정치를 탄생시킨다. 그는 오직 공산주의 마녀사냥을 목적으로 비논리적이고 자기 모순적인 주장을 마구잡이로 내뱉는 평균 이하의 정치인에 가까웠지만, 당시에 형성된 적색공포와 당시 언론 보도 구조의 한계는 오히려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고야 만다.  


A Report on Senator Joseph R. McCarthy


이런 그의 횡포를 견제한 것이 바로, CBS의 See It Now 뉴스와 그 진행자였던 에드워드 머로우(Edward R. Murrow)였다. See It Now의 “조셉 매카시 상원 의원에 관한 보고서”라는 보도는 ‘선동가를 노출시킨 언론의 전설적 승리이자 TV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머로우가 어떻게 매카시의 비논리성을 드러내고, 대중들을 계몽시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반공정책은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의 정치 공세라는 견해에 대한 매카시의 발언을 직접 노출시킴으로써, 그의 입장 번복 행태와 본색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매카시는 밀워키에서 ‘미국인이라면 이 두 정당 중 하나는 파괴가 될 것이며 공화국은 일당체제를 오래 버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라고 발언했지만, 칠스턴에서는 ‘민주당원이라는 표식을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역사적인 반역의 오점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본인의 입장을 번복하였다. 특히, 이는 그의 매카시의 정책과 주장이 사실은 지난 20년간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의 정치 공세로 활용하고 있다는 본심을 대중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둘째, 매카시가 반공주의 정책을 집행하는 그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그의 발언을 직접 인용함으로써, 그의 폭력성과 무원칙성을 대중에게 노출 시킨다. ‘배심원에 의한 재판, 유죄판결 전까지는 무죄, 이것이 미국의 원칙이며 나는 이 원칙을 지킬 것이다’ 라는 아이젠하워 공화당 후보의 유세를 매카시는 전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내가 상원에서 당신과 다른 미국인들을 대표하고 있는 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는 계속 그들[공산주의자들]을 보는 대로 불러낼 것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4년 선거 때가 되면 공산주의라는 주제가 죽어버리고 잊혀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표현하는 것을 읽었다. 날 것의, 거친, 불쾌한 사실은 공산주의가 현재 이슈이며 1954년에도 이슈일 것이라는 점이다’ 와 같은 발언은 매카시가 얼마나 무원칙적이고 폭압적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지를 대중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셋째, 머로우는 매카시를 비판한 신문과 옹호한 신문을 직접 스튜디오에 준비하여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매카시의 대중과 여론을 기만하고, 거짓말로 선전하는 그의 행태를 고발한다. 매카시의 국무부 조사에 대한 언론의 비평에 대하여, 매카시는 ‘오직 좌파언론만이 나를 비판하였다’ 라고 주장하지만, 머로우가 스튜디오에 신문을 모두 공개하며 매카시를 비판한 신문이 옹호한 신문의 수보다 3배가 더 많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매카시가 ‘좌파 언론’으로 규정한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직접 읽어 보이며, 그 기사들이 얼마나 정상적이고 건전한 비판이었는지를 대중에게 직접 공개한다.  


넷째, 마침내 머로우는 클로징 멘트에서 매카시의 비정상적 행태와 무원칙성을 정면으로 비평하고, 대중의 계몽을 요구한다. 그는 직접 ‘조사와 박해 사이에 있는 선은 아주 가는데 이를 위스콘신 출신 초선 상원의원은 자주 밟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대와 불충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고발은 증거가 아니고 유죄판결은 증거와 법의 공정한 절차에 달려있다’ 와 같이 발언하면서, 매카시는 조사가 아닌 박해를 하고 있으며 반대를 불충으로 해석하여, 무원칙적인 고발로 정치 재판을 벌이고 있는 행태를 벌이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꼬집는다. 그리고 ‘우리는 공포에 이끌려 비이성의 시대로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온전히 그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그가 공포의 상황을 창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상황을 성공적으로 착취한 것입니다’ 라고 클로징하며, 대중들이 적색공포에 떨며 비이성에 사로잡히지 말고, 대중적인 계몽과 깨우침이 절실함을 직접 강조한다. 



이러한 머로우의 고발과 매카시의 몰락을 두고, 과연 머로우의 평론과 그의 태도가 더 영향력이 컸는지, 혹은 녹화 클립을 통해 매카시의 실물을 영상으로 보여준 것의 영향력이 더 컸는지에 대한 논쟁이 가능하다. 무엇이 더 영향력이 컸는지 정확한 정량적 분석은 힘들겠지만, 나는 둘을 동시에 활용하여 잘 만들어낸 성공적인 미디어 전략이라 평가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머로우라는 개인이 가진 역량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대중에게 사건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에 있어서 타고난 기질을 가졌다고 판단된다. 논리적이고도, 어렵지 않고 간결한 문장을 활용하는 그의 모습은, 번복과 모순을 일삼는 매카시의 연설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문 50개를 스튜디오에 쌓는 방식을 활용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쇼맨쉽의 능력을 겸비한 언론가였다. 실제로 그의 라둘로프치 장교 관련 사건 보도는, 많은 대중들에게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방송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합리적 근거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논리적이고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터였던 그가 대중에게 던지는 계몽의 메시지 자체만으로도 당시 미국 대중에게 영향력이 상당히 컸을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매체 환경의 발전으로 인한 효과의 가중(加重)은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도 기술의 발전은 곧 객관성 가치의 진화로 귀결된다. 일례로, 최근 남북 판문점 회담의 경우만 보아도, 언론사의 편집된 영상 송출이 아닌 SNS 실시간 LIVE 방식의 뉴스 보도가 시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대단했다. 기자(언론사)의 관점과 편집이 개입된 2차 자료로서의 뉴스가 아닌, 현상만을 송출하고 시청자가 각자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LIVE 뉴스는 시민에게 보다 높은 질의 객관성을 제공하였다. 


당시의 미국 시민도 진화된 보도 기술에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1940년대의 낮은 TV 보급률의 시대에서는, 매카시의 발언 자체를 텍스트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곧 언론의 객관성이었다. 하지만 매카시는 매체의 객관성을 악용할 수 있었고, 텍스트 매체라는 한계에 숨어 선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1950년대 급격하게 늘어나는 TV 보급률과 영상 정보의 확산을 통해 대중들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성의 질이 훨씬 높아졌다. 텍스트라는 매체에서는 확인하기 힘들었던 매카시의 ‘기이하고, 싸이코패스 같고, 사악해 보이고, 웅얼거리고, 거칠고, 부정직한 악당’ 과 같은 이미지를 객관적인 시각적 영상 정보로 직접 보여주는 것은 역시 당시 미국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결정적으로 매카시의 몰락에 직접적인 사건 중 하나가 육군-매카시 공청회에서 매카시 자신의 무례함과 폭력성과 비논리성을 8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직접 영상으로 보게 된 사건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See It Now 영상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매카시의 태도 역시 당시 미국인들의 인식에 대단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See It Now가 유능한 언론인의 재능과 진화된 보도 기술이 적절하게 활용되어, 전략적으로 대중에게 뉴스 영향력이 전달된 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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