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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밍순 Sep 12. 2021

회사 동기 B1

가장 싫은 인간 부류

내게 회사 동기 2명이 있다. A와 B. 

A는 남자, B는 여자다.


나는 지금껏 만나 본 인간 중에 B가 제일 악랄하고 괴팍하고 싹수없는 여우란 걸 알게 됐다.





B를 알게 된 이후로 성선설, 성악설이 있다는 걸 믿게 됐다.

난 B, 그녀를 최악의 인간 마귀라고 표현하고 싶다. 


B는 손 안 대고 코푸는 것을 좋아한다. 

본인의 불만을 다른 사람이 말하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B는 이미지를 챙기고 힘든 일은 개선되길 원한다.


최근 새로운 팀장이 오면서 일이 늘었다. 

일이 늘자 기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부장은 이를 중재하기 위해 회의 시간에 불만을 성토하게 했다. 

B는 동기와 선배에게 뒤에서 불만을 이러쿵저러쿵하며 제일 많이 말했으나

정작 B는 회의 시간에 불만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른 선배가 그녀의 불만을 자기 불만인 양 대신 말해줬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다.


B는 사람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취급한다.

불만이 있으면 스스로 삭히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을 다른 사람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카톡으로 나나 다른 사람에게 욕과 불만과 온갖 화나는 감정을 쏟아낸다.

그리고 상대방이 힘들 땐,

나 몰라라 한다. 


B는 센 척이 쩐다.

뭐 강력하게 나갔다는 둥, 불만이 있으면 바로바로 대들었다는 둥

온갖 센 척을 다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전혀 아니다.

"예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반전 매력이 넘치는 신여성이다.


B는 복사기도 아는 사내연애를 한다. 그리곤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 사귀는 사람과

월차도 같이 내고, 

밥도 같이 먹으며,

산책도 같이하고,

어느 날은 누구 집에서 잤던건지 출근도 같이했다.

게다가 회사 근처에서 뽀뽀도 하다가 걸렸지만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대단한 정신승리다.


B는 4년 사귄 남자 친구를 찬 천하의 썅년이다.

그 이유는 환승 이별을 해서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지냈던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다고 한다.

남자는 무슨 죄?

환승한 남자는 회사 차장인데 12살 차이가 나는 북어대가리처럼 마른 

B와 똑같이 입만 나불댈 줄 아는 사람이다. 

친했을 때 환승한 이유를 들어보니 돈이 더 많은 것 같아서란다.

남자 친구가 있을 때도 자기 자취방으로 그 선배를 끌어들였다고 하니,

그 대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B는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

후배가 [단독] 기사를 썼는데, 뒤에서 욕을 한다.

물론, 후배 모르게.

저런 기사를 단독으로 취급하냐고.

그래서 나는 "넌 저런 기사라도 쓰고 말하라고 했다"

그 이후엔 저 친구 욕을 안 한다.

너무 행복하다.


B는 멘털이 약하고 매사 부정적이다.

작고 사소한 불만에도 삐치고 열을 낸다.

자기는 정확히 잘했는데, 다른 사람의 지적이 못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제 3자가 보기엔 다른 사람이 지적이 정확하다.

그래서 발전을 못하는 걸 수도.

스스로 멘털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니다.

사소한 문제를 갖고 저 정도의 열을 내는 거라면 

본인이 멘털이 얼마나 버티질 못하는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그런 B를 난 아직 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회의 시간마다 얼굴을 봐야 하는 게 힘들어서였는데

앞으로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B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기에.

저 친구에겐 왜 이리 관대했던 건지.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득이 전혀 될 게 없는 인간이다.

너무 싫은 인간. 좋은 면이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 인간은 얘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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