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주 Sep 10. 2015

울퉁불퉁한 삶에서 균형잡기

울퉁불퉁한 삶에서 균형잡기     


삶을 살다보면 질병, 사고, 지인들과 죽음, 가족을 잃은 상실감 이름표만 바꿔단 걱정거리들과 슬픔들이 파도처럼 쉬지 않고 계속 밀려옵니다. 물론 그 안에는 기쁨, 행복, 희망들도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촤르르~~ 밀려오지요.     

 

제가 수업하는 교실 앞에는“막연히 미래가 걱정되시면 내 몸과 마음을 요가와 함께 수련하세요” 란 말을 써 붙여 놓았습니다. 아주 많은 함축적인 일들을 가장 줄여 표현해 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고민했던 일들을 나름 정리해서 써 놓은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제 마음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때, 남의 일이 다 내 일처럼 느껴지고 막연히 미래가 불안했던 2013년이 떠오릅니다. 그 해는 내가 가장 힘들고 많이 생각하게 했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인생의 멘토였던 나의 스승님은 아무런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건강하시다 삼 개월 만에 암으로 한 줌의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제일 친했던 친구도 직장암 3기로 수술을 하고 투병이 시작되었고, 집안 내에는 암으로 유방, 신장, 자궁, 난소를 떼고 하루하루를 천 년같이 쪼개어 소중하게 살고 있는 가족도 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나와 가족을 운 좋게 비껴갔을 뿐, 언제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처럼 마음이 춤을 추었습니다.    

 

인생에서는 분명히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인생을 ‘길잡이 별’로 삼는다면 금세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건이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셈이 되고, 일시적으로 쓰러질지언정 절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서-     


길을 다시 찾기 위해 깊은 호흡과 명상을 했습니다. 호흡이 깊어지고 흔들리는 내면의 뿌리가 자리를 잡자 마음이 안정이 되며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트 위에서 땀을 흘리며 요가를 하고나면, 큰일도 조금은 작게 느껴졌습니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잘 유지만 할 수 있다면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막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차올랐습니다.    

 

막연한 미래에 불안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돈, 죽음, 노화, 건강이 가장 많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네 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몸과 정신만 건강하다면, 돈도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큰 부자가 되지 않더라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은 벌 수 있고, 노화도 수련자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삶과 건강에 자신감이 생기면 배우 안나 마냐니가 말한 것처럼 외모가 아닌 시간을 주무르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지막 누구도 알 수 없고 공포스러운 죽음에 대해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한 말을 인용해볼까 합니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정의 중 가장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지요.

“여러 가지 나쁜 것 가운데 가장 무서운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할 때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존재할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 간단하죠? 이처럼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란  말을 명료하게 할 수 있을까!  에피쿠로스에게 머리가 숙여집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면서 엄마와 딸이 같이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올 해 육십 세가 되신 어머님과 삼 십 중반의 딸은 평생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운동을 처음 해본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딸이 자신처럼 때를 놓칠까봐서 그리고 딸은 엄마의 올라가지 않는 오른 쪽 팔과 굽어가는 허리를 보고 걱정이 되어 요가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서로 아끼는 두 모녀가 참  정다워 보였습니다.    


자기 몸에 맞게 기분 좋은 만큼 몸을 이완하며 천천히 따라하며 힘들어도 하셨지만, 즐거워 보이셨습니다. 다음 날, 9시 20분 수업에 모녀는 9시부터 일찍 나와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몸은 뻐근하고 아픈데 아팠던 팔이 조금 더 올라가고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고 기다려져 일찍 나오셨다는 말에 저도 신이 났습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온 30-40 대가 가장 많은 첫 수업시간, 어머님은 자신의 딸과 같은 마음이 드셨는지, 굳은 어깨와 구부정한 허리를 보여주시며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나처럼 되지 말라며 당부의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 나이가 되는 게 너무 멀고, 안 늙을 것 같죠? 나도 그랬으니까.....금방 입디다.”

그러자 50 중반 회원님이 난 49살까지 배가 안 나와 바지가 내려가 벨트를 차고 다녔는데 지금은 배가 남산만하다면서 믿기지 않는 일들이 너무 순식간에 나에게 다가오니, 열심히 관리를 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화합보다는 개인적이었던 수업시간이 두 인생의 선배의 말에 표정이 살아나고, 분위기가 따뜻해졌습니다.     

수업시간에 한 수강생이 옆에서 엉뚱하게 따라하는 어머니의 동작을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자신의 변한 체형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너, 나 할 것 없지만, 어머님은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진심이 가득한 어머님의 말씀과 행동이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나봅니다.   

   

저는 일찍 오신 두 모녀의 지금 몸 상태를 사진에 담아 놓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몸이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변화가 있을 때 이때보다 많이 좋아지셨죠? 하고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일이 밥벌이라고 느껴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