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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ll May 22. 2020

뽈이의 짧은 여행

처음엔 배가 고팠다. 춥고 배가 고팠을 때에서야 따뜻하고 푹신한 기분좋음이 사라진 것을 알고 주위를 더듬었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운 냄새가 옅어지고 자꾸 몸이 떨려오자 저절로 울음이 났다.


몇 번인가 몸이 덥석, 잡히고 입 안으로 낯선 음식이 들어왔다. 어딘지 어색한 맛과 뜨겁다가 식어버리는 것이 싫어 도리질을 쳤다.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털 하나 없이 맨숭한 누군가였고 두려움에 더욱 크게 울었다.


하지만 곧 숨이 가빠왔다. 냄새들은 서서히 익숙해져갔고 몸을 둘러싼 까끌한 담요에 기대어 추위를 달랠 수도 있었다.

담요 안 어딘가에서 뜨뜻한 기운이 돌았으나 가까이 다가가면 더욱 숨이 가빠왔다.


잠을 깨우는 손아귀에서도 온기가 느껴져 몸을 내맡기게 되어서도 숨가쁨은 더해갔다. 문득 문득 배도 아파왔고 낯설어서라기보다 아픔이 싫어서 먹는 것이 두려워졌다.

입 안에 들이밀어지는 음식도, 삼키지 못해 입가로 흐르는 음식도 점점 더 싫어졌다.


참을 수 없는 감각에 앙앙 숨을 뱉다 몸 아래가 뜨끈하게 젖어왔다. 곧이어 뜨끈함은 사라지고 견디기 힘든 떨림이 시작됐다. 몸이 계속해서 차가워졌다.

어딘가로 도망치듯 허우적댔지만 다시 잡히고, 먹게 되고, 그러다 답답한 가슴을 뒤로 젖혀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것은 텅 빈 곳이었다.

내 냄새가 잔뜩 밴, 이제는 나 같아진 담요도 없고 어쩐지 그리워지던 커다란 누군가도 없었다.

숨쉬기는 한결 나아졌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하얀 벽 뿐이었다.


이대로 아무도 없게 되는 걸까. 덥석, 들어올리던 그것도 없게 되는 걸까. 감싸 안고 몸을 쓰다듬어주던 그 손길이 이제 겨우 좋아지고 있었는데. 숨막히고 텁텁하긴 해도 먹고나면 잠도 잘 왔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다시 또 잠이 들면 더 낯선 곳으로 가는 걸까.


울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럴 힘이 없다는 걸 깨닫자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엄마.. 따뜻하고 보드라운 털이 가득한 푹신한 배에서 식지 않는 젖이 스며나오던 엄마는,

어디에 있는 걸까.


다시 눈이 감겼고

뜨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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