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해가 지고, 또 해가 뜨겠지
1. 간호사 업무난이도, 산행으로 치면 종주급
나는 정기적으로 ‘간호사 때려쳐야지’라고 말하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완치된 듯하다가도, 늘 재발하는데, 이번에 또다시 도졌다. 의료대란 속에서 외래 간호사의 업무는 더 늘었고, 숨이 차오를 정도로 일을 했다. 체력을 기른 덕분이었을까, 이렇게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려고 키워둔 체력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숨차 오르게 일하는데, 문득- ‘차라리 산을 뛰어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산에 비유하며 생각하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2. 마음 고생할 일이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내 마음의 소리를 못 들은 척 꾹꾹 담아두었다. 술을 진탕 먹은 어느 날, 꾹꾹 담아두었던 내 속마음이 술김에 나왔는지 그날부터 내 스스로의 편에 서주겠노라 결심했다. 이건 정말 나에겐 결심이었다. 내 일상이 슬픔에 더 젖어들지 않게 하기 위한 결심.
3. 연이어, 상실의 시대
외래에서 챙겨드리던 몇몇 환자분들이 힘겨운 암투병 끝에 생을 마감하셨다. 작별 인사도 못 나눈 채... 도대체 삶이란 무엇일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으로 열심히 살았다.
대학원 출석을 100% 소화하며, 매주 있던 과제도 다 해냈다. 한 달에 한번 독서모임도, 10km 마라톤도 나가고, 등산도 꾸준히 하며. 어쩌면 ‘힘든 일상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산을 타다 보니 인생이 산으로 가는 느낌도 들었지만. 아... 모르겠다. 위기는 기회일까? 과도기에서 혁명이 일어나듯, 내 삶에서도 어쩌면 흔들리는 이 순간이 기회가 되기도 할까?
5. 그래도 해가 지고, 또 해가 뜨겠지.
진짜 너무 뜨겁던 2024년 상반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가득했다.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아마 산점도(scatter plot)는 박살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3학기 기말고사를 치고 나오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일몰이 너무 예뻤다. 지는 해에 몇 달간의 내 노고가 사르르 녹아내리면서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살면서 꽃길만 걷길 꿈꾸지만 사실 대부분의 꽃길은 비포장도로다. 이런 일상 가운데에서도 꽃이 피어나길 바라며, 인생이 내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들, 그럼에도 낭만 있게 사는 게 여전히 내 꿈이자 잔잔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