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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chic May 14. 2022

운 게아니고 눈빛이 촉촉한 건데요?

일하면서 언제 울고 싶다고 느끼는가 -선영

타고난 눈빛 발사

선영은 절대, 절대, 네버 미녀는 아니지만 안광이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안광이란 한자로 눈 안자에 빛 광. 한글로 말하면 눈 빛을 뜻한다. 의학이 발달해 전신 성형이 가능해진 현대 사회에서도 딱 하나 의느님이 손대기 어려운 곳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눈빛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녀의 엄마가 어떻게 뱃속에서 빚어냈는지는 모르지만 선영의 각막 각도는 빛을 적절히 반사시켜 촉촉함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선영이 대화를 하는 상황이나 발표를 듣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응시할 때면 상대방은 그 우수에 찬 눈빛에 감명을 받거나 부담을 느껴서 고개를 돌린다.


때로는 그냥 쳐다봤을 뿐인데, 울고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35 세월을 집계해봤을   질문의 정확도는 대략 30% 정도. 선영의 타고난 별빛을 담은 눈빛에 홀린  질문을 던진 사례가  7, 실제로  울고 있던 선영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사례가  3 비율로 추산할  있다. 오늘의 주제는 앞서 언급한 30% , 그녀가 노동을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물기를 머금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사하던 때를 른다.


도모할 기자에 그을 획을 사용하는 기획자는 일을 만들어 실행시키는 사람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서비스 기획자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실제로 만드는 일을 하는 데, 선영과 나영이 이 직무에 종사하고 있다. 맨날 노트와 연필을 들고(요즘은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며 아름다운 PPT를 만들어 조리 있게 발표하고, ‘자 개발자 여러분! 좀 어렵지만 우리 멋지게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봅시다!!!’라고 활기찬 멘트를 외치며 ‘뭐! 문제가 있다고? 제가 바로 일정을 조정해 정해진 일정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시키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멋진 사람이 서비스 기획자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읽고 있던 이 브런치를 종료하고 다시는 이 글을 찾을 수 없게 백그라운드에서도 삭제하길 선영은 권장한다.


기획자로서 선영은 손댈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수습하는 구급 대원으로 투입된 사례가 많다. 그럴 때면 눈앞에서 벌어진 처참한 상황에 매일매일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선영이 3년 차 음악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던 때, 다니던 회사에서 다른 거대한 음악 서비스 회사를 자회사로 인수했고, 선영이 하던 서비스를 인수한 자회사로 양수도시키로 결정했다. 당시, 리더의 부재로 선영은 양수도를 위한 서비스 감정 평가 및 방향성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선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털 사이트에 ‘양수도', ‘감정평가'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았다.


8년 차가 되었을 때는  배달 서비스 회사에서 3년째 펜딩 상태의 담당 기획자만 다섯여섯 명 갈아치운 프로젝트의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리더의 퇴직으로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어버렸다. 당시 선영은 해당 회사에 입사한 지 4개월 차. 그날 그녀는 이 회사로 발길을 인도한 원수 같은 링크드인의 탈퇴 버튼을 눌렀다.


기획자는 자기 구미에 맞는 행복이 예견된 일만 골라서 할 수 없다. 하던 서비스를 접는 프로세스나 문제가 많은 프로젝트도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면 맡아야 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선영의 눈물 포인트는 무력감이었다. 부정적인 환경에서 대부분의 동료들은 고갈되고 낙심한다. 그 누가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일에 본인의 에너지와 리소스를 투여하고 싶을까. 그렇지만 서비스 기획자로서 선영은 이런 상황에도 일이란 것을 만들어야 하고 실행시켜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바닥에 있는 동료들을 동기 부여시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영 역시 아침마다 한숨이 나오고, 회사를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지만, 기획자의 월급은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는 것에서 지급되는 것이기도 하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선영은 수만 번의 무력감과 조우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그녀는 울었다. 그녀는 몰래 울고, 가끔 운 것을 동료에게 들키기도 했고, 초롱초롱한 안광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곧 단 것을 먹거나 버블티를 씹으면서 기운을 냈다. 과거 우리 엄마가 뭔가 큰 것을 N개월 할부로 지르고 ‘어차피 시간은 가고~’라며 아빠에게 타당성을 설명한 것처럼 앞서 설명한 두 개의 일은 모두 과거가 되었고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선영은 현재, 다른 문제를 맡고 그 일을 해결하며 월급을 받고 있다.


현재도 선영은 무력감 포비아를 가지고 있다. 맡은 일에 아무런 힘이 되지 않는다는 것. 불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선영에게 가장 큰 공포다. 그녀를 가장 열 받게 하지만 또 가장 재밌게 만드는 서비스 기획이라는 일을 그녀는 진짜 진절머리 나게 싫어질 때까지는 하고 싶다.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아직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선영은 어쩔티비와 같은 MZ세대 신조어를 포함해 인사이트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우걱우걱 채워 넣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최대한 믿을 수 있는 남이 되는 방법을 연구한다. 울지 않기 위해서 (초롱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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