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elting cit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ting city Jun 16. 2019

상하이의 낮

2018년 11월 - 상하이 Shanghai 上海

상하이의 낮—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면서 ‘사람들이 너무 부지런해서 내가 너무 게으름뱅이라고 느껴질 때마다 이번 여행을 떠올려야지’ 했다. 상하이에서는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뿐 아니라 로컬 식당에서까지 메뉴를 주문할 때도, 계산할 때도, 택시를 탈 때도, 아무튼 거의 모든 소비의 순간에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야 한다. 내게 이 도시는 영화 <Her>의 배경이기도 해서, 영화의 장면이 된 푸동을 빠르게 구경하다 보니 ‘중국은 대륙의 기상이 호방하고 대단해서, 머지않아 사만다를 만들어내고도,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 무엇을 곧 만들어내고도 남을 것’이란 사회주의식 믿음이 저절로 생겨날 수밖에 없더라.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거대한 빌딩 숲에 들어가 본 건 거의 처음이어서, “<와호장룡>의 대나무 숲이 다 무엇이냐, 21세기에는 푸동 콘크리트 숲이 있다!”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인민광장은 자식의 짝을 찾기 위한 부모들로 북새통이고, 새로 생긴 온갖 편집숍을 비켜 가면 나오는 근대의 공간에는 여전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수만 가지 것들을 보면서 ‘변화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될까’하고 몹시 쓸데없는 생각을 했네.



매거진의 이전글 상하이의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