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공간을 갖는다는 의미
제겐 어려서부터 ‘서재’를 갖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너무 소박한가요? 제가 서재라는 공간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아홉 살 무렵입니다. 내성적이고 몸이 약했던 저는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노는 것보다 혼자 책을 읽거나 동네 골목길을 서성이는 게 좋았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를 만났죠. 그 아이의 집은 동네에서 제일 으리으리한 주택이었어요. 가로로 긴 철제 대문에 넓은 정원이 있고 그 안엔 영화에서나 보던 벤치형 그네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원 한가운데 떡하니 서 있는 이층 벽돌 건물에는 오직 한 가족만 산다고 했어요. 당시 방 한 칸이 달린 작은 가게에 세 들어 살던 저는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저 커다란 집 안을 무엇으로 채웠을까 상상하곤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집 대문 앞에서 교복 차림의 또래 아이를 만났습니다. 왠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걸으며 지나가려던 찰나, 그 아이가 저를 불러 세웠어요. 오늘 집에 아무도 없어 심심하다며 “나랑 놀지 않을래?”라고 묻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평소 같으면 부끄러움이 많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겠지만, 그동안 집 안이 궁금했던 저는 “그래”라고 답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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