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애호의 시공간을 곁에 두고 쓰기

꿈꾸던 공간을 갖는다는 의미

by 김주미

제겐 어려서부터 ‘서재’를 갖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너무 소박한가요? 제가 서재라는 공간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아홉 살 무렵입니다. 내성적이고 몸이 약했던 저는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노는 것보다 혼자 책을 읽거나 동네 골목길을 서성이는 게 좋았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를 만났죠. 그 아이의 집은 동네에서 제일 으리으리한 주택이었어요. 가로로 긴 철제 대문에 넓은 정원이 있고 그 안엔 영화에서나 보던 벤치형 그네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원 한가운데 떡하니 서 있는 이층 벽돌 건물에는 오직 한 가족만 산다고 했어요. 당시 방 한 칸이 달린 작은 가게에 세 들어 살던 저는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저 커다란 집 안을 무엇으로 채웠을까 상상하곤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집 대문 앞에서 교복 차림의 또래 아이를 만났습니다. 왠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걸으며 지나가려던 찰나, 그 아이가 저를 불러 세웠어요. 오늘 집에 아무도 없어 심심하다며 “나랑 놀지 않을래?”라고 묻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평소 같으면 부끄러움이 많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겠지만, 그동안 집 안이 궁금했던 저는 “그래”라고 답해버렸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주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과거엔 방송작가, 현재는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살며 읽고 쓰는 자유를 누린다. <망한 글 심폐소생술>,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 <OTT 보는 청소년 괜찮을까요>를 썼다.

6,43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