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터의 결혼식
choiPT입니다.
오늘은 제 결혼식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았던 결혼식에 대해서요.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식에 대해서도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혼식의 형식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기본이고 요즘은 하우스 웨딩도 많이 하죠. 사실 저는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없었습니다. 그냥 결혼하기 위한 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결혼식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욕심은 생기더군요. 사실 이렇게 썼지만 결혼식이 특별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일반 결혼식이었으니까요.
필자는 평범한 것의 연속을 죄악이라 여기는 인간인지라 '무언가는 특별하게'를 재창하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토크쇼 형식을 빌려서 결혼식을 진행해볼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진행자로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이 진행을 맡고 하객들이 신랑 신부에게 질문을 하는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그런데 그냥 포기했습니다. 30분만 주어지는 식장 환경은 그렇다 치고, 어른들의 어리둥절한 모습이 눈에 그려졌기 때문이죠. 이 결혼이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청중은 하객들인데 그 하객들의 절반이 넘는 '아버지 어머니의 지인들' 은 그 결혼식을 어떻게 보실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은 기본 식순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기본을 지키되 기본 안에서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화촉 점화에서부터 퇴장까지 그대로 식순에 넣었습니다. 결국 결혼식의 하객들은 식장에 오는 이유가 다른 것이 없습니다. 신랑과 신부를 '보고' '밥을 먹으러' 오는 겁니다. 앞서 말한 토크쇼 형식을 포기한 이유도 신랑 신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살 건지 궁금해하는 하객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객들은 그저 결혼식이 지루하지 않고 밥이 맛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거죠.
결국 저는 2014년 12월 27일에 있을 결혼을 주제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간결하지만 유쾌하고 재미있는 결혼식'이라는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평범한 식순이지만 매주 이뤄지는 틀에 박힌 평범한 결혼식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PT에서 스토리텔링이 기승전결이나 두괄식으로 구성을 한다면 결혼식의 스토리텔링은 좀 다르다고 봅니다. 청중의 행동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득은 아니고 정보 전달식에 좀 더 가깝다고 보입니다. 양가 어르신들이 누구고 지인과 결혼할 사람은 누구인가를 공개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공개하는 스토리텔링이 잘 전달되었을 때 하객들은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라는 결론이 생겼습니다.
신랑 입장/ 신부 입장
화촉 점화가 끝나고 신랑 입장. 신랑을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보통 빠르게 걸어서 10초 만에 단상으로 올라가는데 아무리 신부가 주연이고 신랑이 조연이라지만 10초는 너무 짧지 않습니까? (ㅎㅎ) 저는 하객들을 크게 4개 그룹으로 분류해서 4번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들에게는 상당히 '뜻밖의 유쾌한' 등장이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하객들에게 강하게 어필이 된 것 같습니다. 하객들이 즐거워하는 표정 보이시나요?
결혼식의 메시지
보통 결혼식의 메시지는 당연한 것이지만 '잘 살겠다'입니다. 그러면 잘 살겠다는 의지를 어디서 보여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축가 부분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랑 측, 신부 측 지인들이 나와서 축가를 불러주는 형식적인 내용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축가 1은 신부 측 지인이 불러주고 축가 2는 남편인 제가 불러주기로 했습니다. 축가의 제목은 '그대 없인 못살아'였고 선곡 이유는 '행복하게 해준다'라는 메시지가 '잘 살겠다'와 잘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중간중간 멘트 쳐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 그 결과 '행복하게 해준다'는 메시지가 각인되었는지 결혼식 끝나고 인사를 다닐 때 '행복하게 해줘라'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시더군요.(ㅎㅎ)
배경음악
보통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쇼 형식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음악이 빠질 수가 없죠. 보통 음악을 식장에 부탁하면 그냥 '결혼행진곡'으로 틀어줍니다. 전통적인 결혼식을 하자면 '결혼행진곡'이 어울리겠지만 제가 기획한 '평범하지만 비범한' 결혼식은 분위기가 달라야 하는 만큼 음악도 달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OST 중 적절한 음악을 선정해서 BGM으로 사용했습니다.
여차 저차 해서 결혼식의 피날레까지 제가 의도했던 유쾌한 분위기는 끝까지 이어졌고 사람들은 재미있어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결혼식에 무리수를 두지 않고 기본을 지킨 것은 잘 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충분히 특별함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것에서 살짝 변화만 줘도 청중은 좋아하는 것 같네요. 일상의 하나하나를 프레젠테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참 얻을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