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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 Jan 31. 2024

<웡카>와 뮤지컬 영화에 대하여

<웡카>를 보았다.

로튼토마토, IMDB 등 사이트에서 평가가 딱히 좋지는 않아 큰 기대는 없었는데, 어쩐지 처지는 기분에 탄력을 주기 위해 즐거운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사실은 더 보고 싶은 작품이 매진이어서...ㅋㅋㅋ)

후기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빠르게 나의 답을 드려보자면 무난하게 즐길만한 연말 가족 영화쯤 되겠다. 이야기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장점은 무난한 코미디. 다만 영국식 코미디가 지겹고 어색하다면 그렇게 웃을 일도 없다. 음악은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뮤지컬 영화로서 <웡카>는 크게 모난 구석은 없는 영화다. 그러나 장르적 측면에서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럼 이제 뮤지컬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의 뮤지컬 장르에 대한 기대는 땅밑으로 꺼진 지 천만년은 되었다.

굳이 또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벌써 7년도 된 <라라랜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드라마 차원에서 영리하게 확장시킨 작품이다. 이후 주목을 받은 작품이라면 <위대한 쇼맨>을 들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작품이 라라랜드만큼이나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완성도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근작은 작년에 국내개봉을 했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들 수 있겠지만 리메이크작이기에 만듦새와 별개로 스토리의 한계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해, 어쩌면 원작보다도 드라마적 측면에서 더 아쉬움이 남은 것 같다. 

나는 뮤지컬 영화란 결국 쇼가 아니라 드라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뮤지컬 영화들이 있으나, 대부분은 쇼에 그치고야 만다. 가장 안타까운 사례로는 디즈니에서 시도하는 실사 작품들이 있다. <인어공주>는 쇼를 위한 뮤지컬의 패착을 보여준다. 드라마 차원, 특히 캐릭터 구성의 측면에서 에서 나름의 변혁을 시도했지만 알려지다시피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다. 캐스팅에 관한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히 화려한 무빙, 군무, 효과만 넣으면 될 것이라는 '쇼' 중심적 연출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만약 천재적인 발상, 안무, 음악이 등장한다면 쇼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그 영화는 이미 유튜브 조각들로 쪼개어진 지 오래일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적으로 색다른 것을 시도한 영화는 무엇이 있을까. 넷플릭스에 있는 <틱,틱, 붐..!>은 아주 좋은 예시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뮤지컬 <렌트>의 창작자 조너선 라슨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너선 라슨 본인이 쓴 곡들은 <렌트>에 나오는 것처럼 다소 구구절절하게 느껴질 수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내용과 재치있는 라임으로 꾸려져 있다. 뉴욕의 가난한 예술가 지망생의 심각하게 현실적인 모습들이 라슨의 곡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틱틱붐>의 장면들은 대부분 뮤지컬에서 보지 못했던 무대의 뒤편을 다룸으로써 뻔한 드라마, 뻔한 쇼가 아닌 다른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라라랜드>는 왜 색다른 드라마인가? 오래된 뮤지컬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재즈 싱어>라는 최초의 뮤지컬 영화 - 사실 나도 보지 않았다 - 이자 유성영화가 있다. 그 이후 '씽 ~ 잉 인 더 레인'으로 유명한 <사랑은 비를 타고>,<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 페어 레이디> 등 고전영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있다. 이들은 5-60년대 뮤지컬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작품들이다. 많은 뮤지컬 작품들은 간단히 말해 '화합'을 목적으로 한다. 아웃사이더인 이들이 사랑을 만나고 결합하는 이야기. 그리하여 로맨스 작품과 결을 같이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뮤지컬이다. 20년대 중후반까지의 뮤지컬 애니는 거진 가족과 사랑을 만난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끝난다. 

몇 년 전 논란에 휩싸인 이후 이제는 전보다 관심이 시들해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보면 영화를 '뮤지컬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으로 나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의 드라마는 '사회적' 드라마를 일컫는 일종의 장르적 용어이므로 앞서 내가 말한 스토리적 의미의 드라마와 결이 다르다. 골든글로브 부문만 보아도 할리우드에서 바라보는 영화 장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중 뮤지컬이란 거칠게 말해 유쾌상쾌통쾌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공동체에 안전히 안착하는 해피엔딩을 목적으로 한 장르다. 그런데 <라라랜드>는 아니다. <틱틱붐>도 그렇지 않다. 이 두 작품의 드라마에는 그간 뮤지컬 드라마에 없었던 색다른 아이러니가 있다. 두 작품은 연인의 결속, 공동체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환상, 도시, 꿈과 사랑에 대해 묻고 따지길 피하지 않는다.

<웡카>와 같은 가족영화가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보고 나면 한숨보다는 역시 인생을 살만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작품을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 그러나 <웡카>와 같은 영화는 뮤지컬 장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고 기존의 것들을 반복하는 데만 그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웡카라는 캐릭터가 무지하게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점이다. 호기심이 일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냈다는 것, 그리고 그 작업이 '뮤지컬은 빤한 거지, 결국 이런 거지'라는 관념의 재생산에 한번 더 일조하고야 말았다는 게 안타깝다. 

이야기적으로는 빌런의 설정도, 웡카 캐릭터의 내면에서도 더 긴장감을 끌어올릴 부분을 끝내 활용하지 못했다. 각 시퀀스를 장식하는 음악이 유사해보이는 것도 드라마의 평이함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언제 한 번 뮤지컬 영화 속 음악과 서사의 깊이에 대해 써보아야겠다. 이를 악물고 쓸 주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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