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었네
어느 오후 창문에 불시착한 빗방울을 가만히 바라보는
보드라운 강아지 흰 털에 구름처럼 미소가 지어지는
탁 트인 벌판 지평선 보면 깊은 호흡을 내쉬게 되는
한강 다리 건너는 지하철
지는 노을에 가슴 언저리도 잔잔히 타는
종탑과 지붕이 찬란한 이국의 풍경에 턱을 괴게 되는
향긋한 코코넛 향 거품을 손으로 동그랗게 모아 보는
베란다에서 보는 인공위성 하나를 별처럼 떠올리고
어디선가 낮게 흥얼거릴 그녀의 목소리에 서서히 잠들어 가는
나는
사람이었네
비록 완벽하고 특출나지는 못하여도
내가 닿고자 하는 그 선에 닿지는 못하여도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남과 나를 저 아래까지 원망할 때 있어도
나는 사람이었네
그러지 못하여도 나는 이미 살아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