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는 좋은 일인가? 그렇다. 단 조건이 있다.
노동을 제외하고 자신에게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있을 때.
이 관점에 봤을 때, 주52시간 근무는 과도기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단, 내 주변의 선후배를 돌아봤을 때, 현재 39세 이하인 사람들은 대부분 52시간 근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부터 산업역군이 되기보다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교육 받은 세대다. 노동(일)에 애착을 가진 사람이 몇몇 있기도 하지만,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에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들이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을 생산적이거나 취미생활에 꾸준히 몰두하는 것 같지도 않다만, 어쨌든 노동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전 세대의 비참한 모습을 통해 교육 받은 세대임은 분명하다. 나 역시도 업무 외 시간은 생산적이고자 노력해보지만 그다지 무언가에 몰두하며 보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주52시간 근무가 상당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52시간 근무가 도입되면서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예전 같으면 시간외수당으로 벌 수 있는 돈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 이외의 '향유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내 주변의 '어르신'들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들은 노동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골프나 음주 등 '유흥'의 성격을 가지는 일들에 불과하며, 그 시간조차도 대부분 '회사일'이나 '세상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느라 보내는 듯하다. 그들이 자아는 회사의 일부로 존재하며, 회사에서 잘리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 분들이 겪어온 시대의 분위기는 그랬다.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이었고, 돈을 많이 벌면 '잘 사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회사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라니. 그들에게는 청천벽력이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주52시간은 점진적으로 관철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노동을 제외하고 우리 자신에게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하는 일이다. 중요한 일이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일 수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일일 수도, 독립출판을 위한 책을 쓰는 일일 수도, 교육기관에 가서 무언가를 배우는 일일 수도 있다. 노동 이외의 시간을 또 다른 노동으로 채워야만 하는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면, 우리 삶의 비극은 돈이 없어서 생기는 일보다 삶을 어떻게 누려야 할 것인지를 배우지 못한 데서 시작한다. 삶을 향유하는 태도를 죄악시 해온 그간의 문화도 한몫하리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노동만 하다가 죽는 것은 어쩐지 부조리한 느낌이지 않은가. 어떻게 시간을 보낼 때 즐겁고 행복한가? 나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