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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호 Aug 28. 2019

원색 공원조명

원색만큼은 피해주셨으면..

걷기 위해 공원을 간다. 내가 지금 동네는 계획적으로 조성한 인공도시이다 보니, 공원도 작은 단위가 아니라 무척 큰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 그런데 그 공원의 조명이, 상당히 예쁘지 않다. 조명은 자신을 숨기고 주변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거늘, 너무 원색적이다보니 눈뽕 수준으로 조금만 걸어도 기분 나쁘게 눈에 띈다. 사실 공원의 조명은 밤에 켜기 때문에, 그다지 밝은 빛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주 원색적인 조명을 곳곳에 배치하다니. 그것도 약간 흉물스러운 수준으로 말이다. 보라색과 형광색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으니 무척 촌스럽게 느껴진다. 왜 이런 조명을 배치했는지를 생각해봤지만, '그냥' 만들었다는 것말고는 어떤 생각도 해낼 수 없었다. 아무 컨셉도,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이다.


노르웨이에 여행 갔던 시절이 떠오른다. 비행기 위에서 노르웨이의 '트롬소'라는 도시를 봤을 때, 트롬소는 모든 조명이 주황빛(주광색) 조명이었다. '그림엽서 같다'는 느낌이 단박에 떠오를 정도로,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조명이었다. 노르웨이가 추운 국가이다보니, 조명 톤 자체를 따뜻하게 느껴지는 주황빛으로 통일해놓은(혹은 통일돼버린) 것이었는데, 추운 자연 풍광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조명이 무척이나 예뻤다. 이와 비슷하게 공원에도 조명을 설계한다면, 밤의 녹색 빛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적당한 주황빛의 조명이 적절하지 않을까. 색온도 3600K 정도의 색 말이다. 아무튼 은은하게, 공원에서 밤에 걷다가 다치지 않을 정도의 광량으로 비춰주면 참 좋을 텐데. 원색이 보이면 '원색만' 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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