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상태
12월의 밤이 길게 늘어져있다. 사흘은 아노미 상태였고, 이후로는 정박할 수 없어 부유하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서 틈틈이 개념을 찾고 생각을 기록했다. 캠퍼스 군데군데 붙은 함성들이 공기의 흐름을 깨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길이, 명도를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배운 지식이 자리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다가도 그 지식이 쓸모없이 버려진 것 같단 생각에 허탈해졌다. 영혼 없이 계산만 하게 된 것은 아닐까.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 새로 들어온 소식이 없는지 확인하고, 한숨을 깊이 쉰 후 잠든다. 이 밤이 끝나고 어슴푸레 밝아올 새벽을 상상 하며 희망을 품어보지만, 아직, 아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