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다. 이슥한 밤이 이어지는 동안 유난히 더운 여름도 어느새 기울어 이제 찬 바람 부는 가을이 됐다. 그러나 이 밤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조금씩 더 어두워지는 것만 같다.
버티고 버티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끝이 있겠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더 힘을 주어 버텨야 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좋지 않은 일을 몰고 오는 것 같아 이제 허투루 생각할 수조차 없다. 무엇이 밤을 몰고 왔고, 이토록 오래 머물게 하는지 거듭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짙게 깔린 어둠 앞에서는 무용한 몸짓에 불과한 것 같아 생각을 멈춘다. 원인을 없애면,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과론에 기댄 희망은 매 순간 공허해졌다.
유일한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은 시간뿐이다. 더위를 몰아낸 것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희망을 품지 않고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일을 떠올릴 수 없기에 밤의 끝은 어둠의 시간이 끝나는 그 지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모호한 기대를 품는다. 그리고 희망을 지키기 위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나는 오직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발끝을 조심스럽게 지면에 대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밤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 더디게 뜨는 해라도, 새벽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