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입동을 조금 남겨두기는 했지만, 해가 돋기 전 새벽은 이미 겨울에 들어선 것 같다. 본가에는 벌써 일주일 전에 서리가 내렸다고 했다. 습관처럼 온도를 확인한 새벽, 그동안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다고 꺼내지 않던 겨울 옷을 온도의 변화에 맞춰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을을 느끼고, 즐길 틈도 없이 계절이 갔다.
열흘 전부터 다섯 시 무렵에 하던 아침운동을 접었다. 대신에 운동 시간을 저녁으로 옮겼다. 태양의 온기가 닿기 전 보다 온기가 거두어지는 저녁시간이 더 따뜻해서 그 시간에 하는 운동이 몸에 덜 무리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 하던 운동의 빈도도 조금 줄였다. 냉기에 근육이 이완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려서 경미한 통증이 군데군데 생겼다. 그래서 한 번에 달리는 거리는 늘리지만, 달리는 빈도를 줄이고 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계절에도 지치거나 다치지 않도록 여름과 가을의 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이 계절의 추구미를 이미지로 떠올리지는 못하지만, 한참 동안 찾던 마음에 딱 드는 헨리넥 티셔츠를 찾아 주문했다. 빨강에 유난히 눈이 많이 갔다. 벽돌색에 가깝게 워싱처리된 서멀 헨리넥을 선택했다. 일관된 취향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계절의 변화에도 일관된 나로 남기 위해서 여전히 원하는 것, 이제 원하지 않게 된 것을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프지 말고, 꿋꿋하게 잘 서 있는 계절로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