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1호점. 로스팅 공간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로.
키요스미 시라카와는 묘지도 많고 절도 많다. 도심이라고 불릴 만한 지역에 이렇게까지 묘지가 많은 것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고 불교 사찰도 많아서 걷다 보면 어디선가 향 내음이 솔솔 풍겨오기도 한다.
처음 일본에 와서 블루보틀 1호점에 방문했을 때에는 날씨도 좋지 않아 수많은 묘지와 절들 사이를 걸으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 왜 굳이 이런 곳에다 카페를 차렸을까.. 싶기도 했다.
앞선 사진에서 보다시피 일반적인 카페보다 압도적으로 커다란 공간으로, 높은 층고와 널찍한 공간으로 카페라고 하기보다는 로스팅하는 공간의 의미가 더욱 깊었다. 육로보다 수로가 발달했던 오래전 일본은 하천이나 강 가까운 곳에 창고를 많이 세웠었다고 한다. 이제는 당연하게도 수로가 이용되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오래된 창고가 많은 지역인 키요스미 시라카와는 블루보틀을 필두로 많은 로스터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건물로 들어서면 바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안쪽으로 로스팅 머신이 배치되어 있었고 일본 블루보틀에서 사용하는 모든 커피와 오프라인, 온라인 샵에서 판매되는 모든 커피를 로스팅 해왔지만 지금까지의 설비로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 매장이 아닌 다른 곳에 시설을 꾸려 로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 로스팅 공간으로 사랑받던 키요스미 시라카와 1호점은 지난해 2019년 8월, 리뉴얼에 들어가 플래그십 스토어로 다시 거듭났다.
리뉴얼 이후에는 가장 큰 변화로는 풀서비스로의 변경일 것이다. 앉아서 주문하고 음료나 페이스트리도 전부 가져다주고 계산도 앉아서 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또한 키요스미 시라카와에는 일반적으로 다른 카페에서 제공되는 헤이즈 밸리 에스프레소 블랜드 커피가 제공되지 않는 대신 키요스미 시라카와만을 위한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가 제공되며 사이폰이나 융드립과 같은 다른 매장에서는 접할 수 없는 추출방식의 커피도 맛볼 수 있다.
다른 지점과는 다르게 회색 앞치마가 아니라 데님 가운을 입고 일한다. 여름에는 오카야마를 기점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인 이오리 프로덕트에서 주문 제작한 셔츠를 입고 일했다. 저 데님 가운은 한국 지점의 삼청지점의 한옥에서 일하는 스태프가 입은 옷과 형태가 유사한데, 언뜻 기억을 떠올리면 한옥 지점의 유니폼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했었던 것 같다.(확실치는 않다..)
또한 다양한 페이스트리를 시도하고 있는데, 매장에서 직접 굽는 스콘과 제철 과일을 활용한 잼, 다양한 종류의 타르트나 커스터드푸딩, 커피 파르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 안쪽에서는 바리스타의 트레이닝 시설도 준비되어 있고 Staff only라고 쓰여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오피스가 나온다. 오피스에는 바리스타들의 휴식공간이나 미팅룸, 트레이너와 오피스 스태프의 사무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많은 사람들이 찾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