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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이 공감컴퍼니 Sep 02. 2021

[상담사의 일기]4_갑자기 빗장 열고 들어오는 나의 적

몇년을 씹고 씹어도 시원치 않던 나의 적이

어느날 우연한 계기로 나를 찾아와서는 

'미안하다, 사과를 받아줘, 그게 그렇게 큰 상처일 줄 몰랐어'

라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어떤 날은 쓰나미처럼

생각지 못한 내담자의 지인들에게 회개의 물결이 밀려오기도 한다. 

나는 그 소식을 들으면서 당황을 한다. 


늘 말하지만 '상담은 주변사람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기키 위한 것'이라고. 

말만 보면 맞는 말이고 당연한 말이지만

뾰족하거나, 혹은 정서적 민감성이 너무 떨어지거나, 매우 나르시스틱한 지인에게

상처를 입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내담자에게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 상처를 오래동안 주고 또 준 사람이 부모이거나 연인이거나 배우자인 경우

그렇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을 찾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

쏟아지는 눈물을 닦고 또 닦는 사람

넘어지고 다치고 또 넘어져도

빈약한 걸음걸이를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장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어떤 영향력을 미친다. 

그 주변사람들도 뭔가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하게 된다. 


내가 입은 상처가 얼마나 얼마나 큰지 직접 표현을 하던지

혹은 우연히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던지 

혹은 그 적이 무언가를 들고 나의 에어리어에 불쑥 들어선다.


'저분에게 조금만 더 편먹을 사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라고 상담자가 생각을 하던차에

매일 '나'-내담자를 평가하던 누군가가 밥을 사준다고 찾아오면

몹시 당황이 될 것이다. 

선물까지 사들고 왔다면 뜨아아아아 하겠지. 


그런데 그런 일들이 가끔 생긴다. 

그건 그 분이 복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잘 살아보기 위해 

상처에 압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가 스스로 지는 굴레, 즉 스스로 만들어 씌우는 비운의 역동, 그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고, 애를 썼는지 지켜보았다면

그런 복은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벅찬 순간을

크게 환호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마음으로, 하지만 뜨겁게 환호하는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든다. 

어느새 변신한 바람의 가을 온도가

상담으로 꽉찬 하루의 피곤을 달래준다. 

고만 달래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과하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때맞춰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나와 나의 내담자분에게 맞춤으로 불어주는 주는 것이려니 하고 

다소의 자아도취에 젖어본다. 너무 수고했다고 응원을 보내는 바람의 센스를 느껴보시라고 마음으로 한번더 감격과 응원을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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