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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이 공감컴퍼니 Jan 23. 2024

[상담사의 일기]8(1) 책을 내기까지...

책제목: 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꼬맹이 아가씨"

                                       Here's looking at you, kid - 영화 카사블랑카-                                   

   이야기 가득한 눈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을 작가 여러분들께 건배를......



" 나도 책 한 번 써 봐야지."


나도 자주 했던 말, 그리고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내담자 분들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우울, 분노, 슬픔, 좌절 같은 것들이 가득 차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시지만

그것은 꿈 때문에, 사랑때문에, 기대감과 연대감에서 비롯되었기도 하다. 

쓰는 것을 통해 털어 버리고 싶어도 하시고, 

자신을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 책을 써보고 싶어 하신다. 


나는 쓰고자 하는 내담자 분들을 응원하기도,

쓸 생각도, 의욕도 없는 분을 부추기기도 하게 된다. 



#1. "저랑 책 한번 써보시죠"


무명의 상담사에게 이런 연락이 올 줄이야.....

2016년부터 '평범한 상담소'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었다. 어쩌다가 그걸 유투브에 올리게 되었고...

거의 한주도 빼놓지 않고 5년정도 방송을 올렸던 거 같다. 

별로 청취하는 분들도 많지 않은 방송을 열심히 올렸다. 

채널 이름처럼 평범한 분들과 같이 녹음하는 게 즐겁고, 

솔직한 이야기, 마음속에 품고 있었지만 잘 의식하지 못했던 나만의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어릴적부터 폼을 잡고 참으로 단순한 동시들을 많이 썼었던 덕인지 그 방송은 순식간에 써내려간 오프닝 시로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녹음하러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후다닥 시를 쓰고 부랴부랴 정거장에서 내려 상담실로 달려가곤 했다. 그리고 출연료도 지급할 수 없는 무명의 방송에 참여하러 오는 패널분들께 드리려고 잠실 야구장 근처 맛집 여기저기로 간식거리를 사고자 뛰어다녔다. 


그런 이름 없는 방송을 진행하던 어느 시점에, 한 1년 반쯤? 몇 분의 편집자 분들이 연락을 해오셨다. 

"와, 나한테 그런 날이 올줄이야...!!"

그 중 원앤원북스의 이광민 과장님이 상담실로 찾아오셨다. 

부모교육서나 심리학 대중서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셨다. 

나는 처음 쓰는 대중적인 책은 '청년'에 관련한 내용을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괜찮겠는지 출판사와 의논을 해주십사 했다. 

 '박사님 원하는 내용, 원하는 형식 마음껏 써보십시오'라는 답변과 함께 계약서를 들고 오셨다.  

 

#2. 편집자의 근성 (소명같은..^^)


편집자 분들이 이렇게 근성이 있는, (시실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곤조'라고 해야 더 어울릴것 같다.)분들이란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팟캐스트 녹음하면서 문예창작과 재학생이나 졸업생, 등단을 준비하는 작가분들이 남다른 매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막 던져져온 '날 원고'를 읽고 또 읽어서 '글'로 만드는 장인 같은 분들. 

거기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유명작가의 원고를 받아 편집을 하는 것도 큰 의미를 두지만


알려지지 않은, 심지어 본인이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알아채지 못하는 신인작가를 키워내 책을 내고, 

더 나아가 발굴한 신인작가와 두세권의 책을 내는 꿈을 꾼다는 걸 알았다.   


그런 그분들의 곤조 때문에 나에게 노크 소리가 들렸고

기회가 온 것 같다. 

그분들의 꿈을 이뤄드릴 수 있는 역량있는 작가이면 좋으련만......

나는 글쓰는데는 게으른, 그런 참 길들이기 망설여지는 작가였다. 


#3. 상담사례를 책에 공개한다고?


주변 사람들은 무심코 독려한다. 

"상담사례 그거 몇 개 넣어서 책쓰면 되지 뭐, 한번 책 내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가끔 내가 책을 쓰려고 한다고, 이미 계약을 했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제 사례를 얼마든지 사용하셔도 되요'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그런 생각을 하시고, 그런 말씀을 꺼내시는 건지 모르지만

뭔가 상담사가 강의나 글들을 통해서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셨을 거 같다. 


그래서 계약을 하고도 한 2년쯤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사례를 다 새로 짓지 뭐'


그렇게 생각이 들고 나니, 글이 써내려져 가기 시작했다. 

어떤 책리뷰어 인플루언서의 인터넷글 댓글에 '이 책의 장르는 뭔가?'

라는 글이 있었다. 

 아마 면전에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에세이'요 라고 답을 드렸겠지만, 속으로는 '소설입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을 것 같다. 

 그렇게 에세이의 옷을 입은 논픽션이 아닌 픽션의 이야기들을 적어내려갔다. 

우리가 겪을 법한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상담실에서는 어떻게 만져가고, 되돌려 가게 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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