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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Sep 22. 2020

왜 우리는 배척하고, 축적하려할까?

By Wodian Grace Choi 

얼마전, 모기관과 콘텐츠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로나이후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살펴보는 리서치와 과정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과정을 준비하면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나와 우리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어요. 그리고 그 심리가 우리 일상에 어떤 행동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도요. 코로나 이후 각 종 뉴스를 보며 고구마 잘못 먹은 것 처럼 답답하고, 때로는 몰이성적인? 사회 현상에 화가 나기도 했었는데 리서치를 하면서 나와 우리를 이해하는 시선이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아래 내용으로 공유드려봅니다. 



전염병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우리가 처한 상황은 사실, 인류의 전 역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리 놀라운 상황은 아닙니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기 전, 인간은 끊임없이 전염병과 싸워가며 인류를 진화 시켰고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고 보아도 무방하지요.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감염의 위협을 막기 위해 이전보다 혐오 민감성(disgust sensitivity)을 높이게 됩니다. 질병에 걸리면 우리 몸은 생리적 에너지를 활발하게 소비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몸에 열이 나면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신체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지요. 그래서 애당초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게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했고, 이런 이유로 인류는 무의식적으로 위험에 대비한 심리 반응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즉 잠재적 위협에 앞서 무의식적 반응을 통해 병에 걸리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행동 면역 체계’ 가 발동됩니다. 


즉, 행동 면역 체계는 잠재적 병원체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하지요. ‘혐오 반응’은 행동 면역 체계의 요소 중 하나인데, 우리가 나쁜 냄새가 나거나 더러워 보이는 음식을 피하는 것은 잠재적인 감염을 피하기 위한 우리 몸의 본능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또한 상한 음식을 먹었다면 몸은 구토하도록 유도, 몸에 병균이 자리 잡기 전에 이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도 행동적 면역체계가 작동되는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이 외 행동으로 일상에서 나타나는 것은 ‘거리두기, 차별, 배척’ 등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기제가 발동됩니다. 즉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것을 배척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실제 감염을 피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지요. 



혐오민감성 발동의 부작용 


첫 번째 부작용은 외집단을 배척하고 내집단을 옹호하는 내집단 편향이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외집단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현재 소속된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래서 정치적 성향, 인종, 다름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폭이 좁아지지요.  최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들을 살펴보면 내집단 편향성으로 인해 배척하고 서로의 의견과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으로 인한 갈등이 많은데, 이는 감염으로 인한 불안으로 혐오민감성 상태의 인간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대표적인 사회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집단 편향이 이어지게 되면 익숙한 것,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확증 편향이 강해지게 되고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확장 편향을 부추기는 각종 근거 없는 가짜뉴스와 댓글, 편집된 영상과 사회적 메시지가 뒤섞여서 이 같은 현상을 가중시키곤 하지요. 


두 번째 부작용은 동조현상입니다. 타인이 하면 나도 한다는 것인데, 불안한 심리일 때 발동되는 행동입니다.  해외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사재기와 같은 것도 동조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처음에는 괜찮다가, 옆에 사람이 행동하고, 또 다른 사람이 행동하면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내키지 않지만 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 역시 나도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수 있다는 불안한 생각에, 비이성적인 가격 형성이 되어있는 주택시장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일종의 ‘동조’의 설명하는 인간의 행동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불안에 대응하는 인간의 행동 

행동적 면역체계 외에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숨막히는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본능적으로 크게 두 가지 노력을 하는데요.  하나는 힘들 때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쌓는 것입니다. 외집단에 대한 배척과 거리두기는 있지만, 반대로 내집단에 대한 유대성은 더 높아진다는 의미이지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 관계성을 높이기 위해 제한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으니, 가까운 관계에 대한 관계성의 욕구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자급자족이 가능하게끔 자원을 쌓아두는 것인데, “돈”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가의 정책적, 사회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코로나19로 불안감이라는 정서가 커져있는 상황에서 자원을 축적하여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심리는 앞서 동조현상과 더불어, 주식 및 주택시장 가격에도 영향에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혐오민감성 더 쉽게 말하면 인간이 진화하면서 나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상황에서 배타성을 가지게 된 것이 심리적 작동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 빈번하게 소통되면서 오히려 편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소통을 결집시키거나, 몰라도 되는 것들을 알게 하면서 비 이성적 행동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더불어 불안한 심리가 일으키는 동조현상이 경제 역시 이성적 매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없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겪고 있는 수 많은 사회현상이 기존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명의 개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별 다른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일단 이 모든것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망하고, 나 하나라도 혐오민감성을 좀 낮추어 세상 일을 대할 수 밖에요. :)  



Be Wodian

Grace Choi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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