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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Aug 30. 2020

내 멘털은 강한 것일까

감정 기복 크다는 것과 멘털이 강하다는 것

        

가끔 남편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너 가끔 미친 것 같아’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너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것이 체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함에 있어 기운이 있어서 말도 많아지고 활동성도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엔 말도 평소보다 훨씬 많았고, 훨씬 많이 웃고, 하는 행동도 더 컸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금방, 10분 내로 사라져 버릴 때가 있다. 순식간에 방전된 전자기기처럼 축- 늘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때가 있다. 평소엔 설렁설렁 청소기나 대충 돌리고 마는데, 갑자기 온 집안을 털어내 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어질 때가 말이다. 그럴 때면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꺼내서 온갖 버릴 것들은 다 담아낸다. 옷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잡동사니까지 모두 말이다.      


그리고는 집이 4층인데 낑낑 대면서 4층을 내려가 쓰레기를 버린다. 그리고는 또 며칠을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다. 며칠이 아니다. 한참을 또 그렇게 설렁설렁 사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내가 체력 면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피로증후군 같이 말이다. 몇 년 전에 다른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 전에는 정말 며칠을 내내 드러누워 잠만 자기도 했었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래서 검사를 받기 시작했고, 류머티즘 내과도 가기 시작했고, 섬유근육통 같은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신경정신과에 올인을 하면서 약을 바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이러이러한 적이 있었고, 이러이러했다. 이러한 것들이 체력적인 면인가요, 기분적인 면인가요. 질문을 한 이유는 체력전인 면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기분적인 면인 것도 떨쳐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물론, 남편이 했던 말이다. ‘너, 가끔 미친 것 같아’ 그냥 귀찮은 마음에, 또는 장난처럼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이 내게는 너무 확, 박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기분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도 느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내 말을 듣더니 감정 기복이 큰 것이라고 했다. 조울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감정 기복이 좀 있는 것 같으니 일단 조금 지켜보자는 말을 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던 내가, 내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었다.     


어릴 적부터 온갖 일들을 겪어왔다. 고생이라면 고생인 온갖 일들, 그리고 난 그것들을 버텨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멘털은 강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하지만 스스로는 내가 아직 버티고 있다는 것은 대견한 일이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어린 시절의 일을 떠올리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난 그것을 모두 참아내고 있다. 심지어 이미 돌아가신 엄마의 무덤에 찾아가서 소리를 지르고 싶고,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친모를 만나 왜 나를 낳았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참고, 또 참고... 생각만 한다.     



내 멘털은 오늘도 이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지도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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