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나의 생각
휴가철이 지났다
어느새 8월이 반이나 지나가고, 휴가철이 지났다. 이번 휴가철은 비가 엄청스럽게 퍼부어댔기 때문에 휴가철 같지도 않았다. 사실 휴가철이란 말을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 같다.
이렇게 휴가철도 지나고 8월도 반이나 지나간 때에 우리 집은 이제야 휴가를 떠난다. 아직 떠나지는 않았다. 대학생인 첫째는 진작에 방학을 했지만 고등학생인 둘째, 아들은 18일에야 방학을 한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우리 집은 보통 휴가철은 피해서 휴가를 잡는다.
오늘의 주제는 휴가철이라거나, 휴가를 가게 되어 신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휴가가 반갑지 않은 이 내 마음이다. 항상, 매번. 휴가철만 되면 난 참 귀찮고 싫다. 그렇다고 어딘가를 가는 싫은 것은 아니다. 막상 어딘가를 가게 되면, 차를 타고 떠나면 좋다. 그런데 나가기 전, 집에 있으면서 준비를 해야 하는 과정이 그렇게 귀찮고 싫을 수가 없다. 뭐가 문제일까.
나는 산도 싫고 바다도 싫고 강도 싫고 계곡도 싫다. 도대체 그런 야외에 놀러 가는 재미를 모르겠다. 어쩌면 어릴 적에 그런 곳을 놀러 가는 일이 별로 없었어서 그러나. 아예 없지는 않았다. 내 기억 속에 바다에서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정말 집에서 맛있는 음식이나 시켜 먹으면서 쉬는 것이 제일 좋은데 어째서 ‘휴가’라는 이름으로 가기 싫은 야외를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들도 남편도 좋아한다. 이러니 또 안 갈 수도 없다. 가족이란 구성원의 과반수를 따라야 하지 않던가. 어차피 펜션을 가도 나는 똑같다. TV를 켜고 에어컨을 켜고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나는 휴가를 갈 때에 이런저런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 가는 분들을 존경한다. 나는 한 번도 그런 것들을 한 적이 없고 자신도 없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기껏해야 김밥을 사 가고(가게에서), 마트에서 김치를 사고, 과자를 사고, 라면을 사고, 기껏해야 바나나 좀 사고... 간편하게 먹을 것들이나 사는 편이다.
요즘에야 남편의 의견을 수렴해서 고기도 좀 사긴 한다. 물론 굽는 것은 남편의 몫이고 말이다. 내가 귀차니즘이 심한 것일까. 게으름이 심한 것일까. 간편한 것들이 좋다.
휴가를 다녀온 후는 또 어떤가. 준비해 간 옷과 그 외의 것들을 모두 정리해야 하고, 산더미가 된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야 하고, 또 집에 왔으니 밥을 해먹여야 하고, 우리가 없는 동안에 그들끼리만 있었던 고양이들 케어를 해야 하고...(점점점)
이번 휴가 역시 가기 싫다는 마음이 커졌다. 며칠 전에 왔던 공황도 크게 한몫을 했다. 뭔가를 하기 싫은 마음이 더 커졌다. 하지만 결국엔 가야 한다. 결정이 났다. 결정이 났으니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