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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Aug 19. 2020

부부싸움을 했다

나의 일상, 나의 생각

부부싸움을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부부싸움을 했다.     


20년이라는 세월을 살다 보면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 특히나 성격면에서 말이다. 이런 말은 싫어하고 이런 행동은 좋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싫어할 것 같은 말이나 행동은 애초에 피해버린다. 싸움을 하면서 신경전을 하고 체력을 소모하며 기분을 상하기 싫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상대와 신경전을 하면서 내 체력이 소모되고, 내 기분이 상하기 싫기 때문에 피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싸움을 피한다.     


그런데 참으로 오랜만에 싸움을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치고받고 하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우린 그렇게까지 고차원적인(?) 싸움은 하지 않는다.     


이번 싸움의 원인은 자동차였다. 자동차 에어컨을 켜면 그렇게 시끄럽게 끼기 기기 긱- 하는 소리가 난다. 안 날 때도 있지만 자주 소리가 난다. 벼르고 벼르던 것을 남편이 시간이 있을 때에 수리를 하기로 했고, 자주 가던 카센터에 전화를 해서 가격을 물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남편이 가게 사장님께 ‘얼만지 미리 알고 현금을 준비하려고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옆에서 그랬다. ‘현금하지 말라고 현금 아니라고.’ 그런데 남편이 끝내 들은 체 만 체 하더니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는 ‘얼마라고 하더라.’ 하는 거다. 내가 카드 가져가라고, 현금하지 말라고 했다. 그 가게 사장님은 꼭 현금을 원했다. 몇천 원의 부가세를 깎아준다는 핑계로 항상 현금을 원했다. 그것은 분명 좋은 것이 아니지 않던가. 


내가 융통성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 집도 현금이 없을 때도 있고, 현금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데 항상 그렇게 수리를 할 때마다(그것도 갑작스럽게)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지 않은가.      


더구나 내가 전에 분명 몇천 원 깎아주는 것은 필요치 않으니 그냥 카드 계산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사장님은 우리에게 더 이상 현금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남편은 ‘굳이’라고 말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하며 화를 냈다. 도대체 뭐가 좋은 게 좋은 거란 말인지 모르겠다.          



우리 부친도 자영업을 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안다. 하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란 말인지 모르겠다.     


결국 남편은 크게 화를 냈고, ‘앞으로 차를 고치는 것은 네가 알아서 하라며 나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화를 낼 일인지 모르겠다.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남편이 화가 난 것은 내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어이도 없고 기가 막히고 나 역시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이틀여의 시간이 지나고 휴가를 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휴가 준비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자신이 수리를 하러 가겠다며, 수리를 하고 휴가를 떠나자고 했다.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화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별것도 아닌데 그만 두자, 라는 생각이었을까. 어차피 질질 끌어봐야 좋을 것도 없는 일이고, 그게 둘 사이에 크게 미칠 상황도 아니니 나는 그저 알았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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