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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Nov 23. 2018

석림협 산행후기

관광 겸한 늦가을 미니 산행

가을은 겸손해서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한다. 고산에서 아래 봉우리와산허리로! 산촌에서 도시로! 그렇게 11월 중순이 되니 아파트 정원에도 빈틈 없이 찾아 들었다. 20층이넘는 곳에서 내려 보니 단풍이 꽉 채워져 있다. 창 가까이에 있는 노랗고 붉은 가지는 국화 같이 원숙한 누님의 방 턱에걸쳐 있고 떠돌던 낙엽은 조용한 모퉁이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어슬렁거리며 지나던 길냥이가 그 옆에앉아 햇살을 즐기는 그러한 날들이다.

이렇게 겸손을 배우는 계절에 UFO처럼 만든 둥근 유리 잔도를 밟기위해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오른다. 돌아 가는 모퉁이 마다 경치가 있다.오를수록 작아지지만 더 많이 보이는 호수 뒤로 산들이 맥을 잇는다. 등에는 땀이 날 듯말 듯 한다.

드디어 오른 정상에는 유리 잔도가 먼 호수와 접하며 포물선을 이룬다. 아래로는한없이 깊이 떨어지는 낭떠러지다. 주변에 놓인 12지간 동물앞에서 각자의 나이에 맞게 서서 기념 사진도 찍는다. 이렇게 정상을 즐긴 후 왔던 길로 내려와 바위밑에서 식사 하며 쳐다 보니, 높은 곳에 서너 개의 벌집이 있다. 불을놓아 석청을 떼어간 흔적도 있다. 그 아래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쐬며 막 끓여낸 라면과 밥을 먹으니 아늑하기그지 없다.

점심 후 잘 다듬어진 협곡을 걸으니 여기 저기 남아 있는 만추의 경치가 아름답다. 웨이브 있는 산 허리를 돌 때 마다 위로는 아득한 바위가 있고, 아래로는잎 몇 개만 단 나무가 겨울에 쫓겨 내달린다.

길이 막혀 계단 따라 밑으로 향하니 폭 좁은 협곡에는 작은 풍경이 보이고, 바위에는아기 자기 하게 그린 산에 사는 동물이 있다. 호기심과 경계심으로 밖을 보는 다람쥐와 둥지의 아기 새, 새끼와 함께 가을 경치를 즐기는 올빼미 등이 참 생동감 있다. 진짜같은 동물의 세계에다 잠시 두었던 마음을 접고 아래로 향하니 정자 아래 쪼금 고인 물은 낙엽 몇 개에 덮여 존재감을 잃었다. 갑자기 나타난 말 3마리는 양쪽에 짐을 싣고 비포장 돌길을 오른다. 자갈이 끼여서 발톱이 아픈지 오르막이 힘든지 앞선 말이 잠시 주춤한다. 가축을부릴 줄 아는 주인은 안다. 다그치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이내다음 길이 말발굽에 밟히고 힘겨운 노동은 메말라 가는 산길로 사라 졌다.


남은 등산을 마무리하려고 호수 주변을 걸으니 가을이 남아 있다. 버드나무는노랗게 물들고 살랑대는 물결은 작은 파장으로 자꾸만 밀려 온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붕어는 못 가에서하얗게 말라 간다. 물에 잠긴 나무는 노란 빛으로 호수를 수놓았고 빨간 감만 달린 나무는 만추의 서정을만드는 주인공이다. 주변에는 까치 떼가 엑스트라처럼 날아 든다.

타고 갈 버스가 있는 곳에서 감과 고욤, 호두, 산사열매 등을 사며 흥정을 하니 나름 재미가 있다. 여든이 넘어보이는 할머니에게 20위안 달라 하는 호두 한 쌍을 10위안에사고 산사열매는 15위안, 고욤은 한 근에 10위안을 주고 덤으로 1개 1위안하는 홍시 서너개를 가져 왔다. 관광까지 겸한 미니 등산에가을 열매까지 배낭에 넣으니 묵직한 산행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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