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트롱사이다 Jan 10. 2024

 이상하게 쳐다보지 마세요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그날까지.

아침에 9호선 지하철을 탔다. 


이제 나는 무슨 자폐 레이더가 있는것처럼 , 


한 몇분 만에 저사람 자폐스펙트럼이 있네...를 알수 있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을 관찰하는걸 좋아하는 것도 한몫했겠지...


어쨌거나 오늘 아침에도 나의 자폐 레이더에 한명이 들어왔다.


까만 체육복을 위아래 입은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 


과하게 몸을 앞뒤로 흔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불안한지 연신 손을 비비면서 요리 꺽고 조리 꺽고 있었다. 


그 칸의 사람들이 힐낏거리는게 시작되었다. 


나는 그 사람 앞에 가서 섰다.


혹여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변명?" 이라도 해줘야 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의 관찰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그의 음성 상동행동도 시작되었다.


"똥누는 여인 ,..똥을 누는 여인........."


우렁차게  노래 같이 그 단어를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객차 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역시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지하철 쇠기둥에 리듬맞춰 쳐가며  노래(?)를 불렀다.


몇몇 사람들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져있었다. 


나는 그 청년에게 


"어디까지 가요?" 라고 물었다. 그는 노래를 멈추고 


"여의도 가요. oo 빌딩에 가요"라고 말했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또 똥누는 여인 노래는 이어졌다. 


"몇살이에요?" 라고 또 물었다. 


그는 " 서른살이에요"라고 대답했고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과 말하면 안되는데..."라는 걱정을 덧붙였다.


나는 그에게 


"근데...지하철에서 크게 노래 부르면 안되는거 알지요??"


직접적으로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 아!! 맞아요!!! 노래 부르면 경찰서에 가야해요..!!! 경찰서 안갈래요!!"

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서 나는 건우가 떠올랐다. 지금도 건우에게 무슨 행동을 못하게 할때


내가  " 너 자꾸 이러면 경찰서 가는거야....혼나는거야" 라고 협박(?) 할때가 많은데..


서른살이 되어서도 저 청년도 그대로 저런말을 하는구나....


웃프면서도 조금 서글프면서도...하지만 잘알고 있네 한스푼 안도감도 들고...


복잡미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경찰서가 떠올랐는지....그때부터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지하철 안에 사람들은 관심없는척, 모르는척 하고 있었지만


나는 알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그와 하는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청년이 내리고......


어떤 한 아줌마가 갑자기 내게 와서....


" 너무 고마워요..우리집애도 저 청년과 비슷한데...말 걸어줘서 고마워요..고마워요"


라는게 아닌가. 아줌마는 울먹이며 내게 말하고 서둘러 후다닥 내려버리셨다. 


나도  그 아줌마에게  " 저도 제 아이가..." 이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짧은 시간. 9호선 지하철 안의 에피소드.


다시 한번 성인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건우의 미래이기도 하다. 


조금만...관심있게...봐주면.


우리는 함께 살 수 있을텐데. 


그럴텐데..


작가의 이전글 나는 기록하기로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