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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Jan 27. 2024

3년전의 나는.

매사범사감사.

<오늘의 텐트럼 기록>

건우는 요즈음( 한 한달째)

일어나면 ㅋktx타러 가자, 지하철 타러가자

라고 말해요. 코로나때문에 못하니 더 심해진듯합니다.

그럴때마다, 너무 일일히 받아주지말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그랬더니 말하다가 말기도 하고

다른것으로 잘 전환되기도 했어요.

오늘 아침에도 똑같이 소리를 하고, 저는 출근을 했어야했는데 회의시간이 오후로 옮겨지면서 좀 여유가 있었어요.

(이부분이 평소의 아침과 달랐네요. )

제가 안나가고 있으니, 건우는 늘 그러면 제가 자기와 어딘가를 간다고 아는것 같아요.

점점더 우는 소리를 하며 지하철 타러가자 케티엑스 타러가자 하며 텐션이 업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코로나 때문에 못간다고 안돼 표시도 보여주고, 한번 그렇게 한후  모른척하고 제일을 했어요.

그랬더니 한 10분정도 계속 징징대다가, 제가 보는 앞에서 또 오줌을 쌌습니다.

요 몇주간 없었던 문제행동이 또 나오더군요.

이제는 저도 차분해지더라구요.

전혀 동요하지않고...오줌싸면 안돼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해주고, 관심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원래 첫째아이와 서점으로 외출 하려고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건우에게도 엄마는 형과 서점에 걸어서 갈꺼야. 라고 말했더니 또 지하철 지하철 하길래

차분히 다시 일러줬습니다. 우리는 걸어서 서점에 갈꺼야.

책을 사러 갈꺼야. 했습니다.

그 서점은 사실 지하철 역사를 통과해서 가는 곳이라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다시 한번 건우에게, 우리는 걸어서 서점에 갈꺼야.

건우도 가고싶어? 하니

‘네’라고 하길래, 그때 오줌싸서 하의실종이었는데

‘그러면 건우 들어가서 팬티랑 바지 입고 와’

했더니 바로 들어가서 입고 나오더라구요.

일단 잘했다고 칭찬후, 다시 말했어요

지하철은 안타!(삐이이이 -손엑스)

걸어야 해! 책 사러 갈꺼야.

자 마스크 쓰자. 하니 또 떼를 부리며

‘마스크 싫어요’하길래

‘마스크 써야 갈수 있어’라고 하니

또 마루에 드러누워 싫어...! 하길래

그러면 엄마랑 형아만 가는거야 하고 나오니

마스크 쓰고 벌떡 일어나 따라나왔어요.

(이런 부분에서 칭찬을 해야하는지 참

모호하더라구요- 어떻게 해야하나요 선생님??)


그리고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왔는데

제가 ‘엄마 감자튀김 먹고 싶어요’라고 하길래

어차피 가는길에 있기도 하고, 해서

‘그래’라고 했어요. 그때도

감자튀김 집 갔다가 책사러갈꺼야. 걸어서 갈꺼야.

라고 스케줄을 여러번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0분 정도 걸어 지하철 역사로 들어갔어요.

(감자튀김 집도 서점도 다 역을 지나서 있어요. 다 연결되어있거든요)

그때 저는 긴장되더라구요. 지하철 표시를 보면 건우가 어떻게 할것인가!!

역시나 지하철 타러가요 라고 말했는데

전 그냥 무시 했어요. (이래도 되나요??? 일단 한번해보긴 했습니다. 피드백 부탁드려요)

그리고 감자튀김 집에 가는거야 해서 역사를 지나서

감튀 집에 도착해서 즐겁게 먹었습니다.

그다음 서점에 갔어요.

거기서는 또 큐브를 집고 사달라고 떼를 썼어요.

건우는 큐브를 좋아하는데, 좀 가지고 놀다가 결국 다 망가뜨리고 버려요.

그리고 오늘은 책을 사러 온다고 했기에  사주면 안될것 같았어요. .

일단 형은 책을골라 계산대에 가야하는데 건우는 큐브 앞에서 움직이지 않더라구요.

저는 ‘ 건우야. 우리 이제 삐 하러 가야해. ‘

막무가내로 주저 앉아있더라구요.

그래서무시하고 저희는 계산하러 갔습니다.

(일단 거기가 입구가 하나뿐이라...뛰어 나가거나 하는게 보일거 같았어요)

그리고 하고 있는데, 첫째가 가서 나름

뭐라뭐라 하던데 순순히 따라 오더라구요.

그리고 큐브를 사지 않았고, 텐트럼 없이 클리어했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뭐가 달랐는지 몰랐지만 건우가 크게 텐트럼 없이

야외에서 자신의 요구가 안들어져도 넘어갔다는게요.

그리고 지하철역사를 또 지나 집으로 오는데도

한두번 지하철 타고 싶어요 말하더니, 제가 큰 반응 없으니 순순히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3년전 .....내가 쓴 기록들. 브런치의 작가서랍을 보면서 써놓고 차마 공유하지 않은

이 기록을 발견했다. 

지금의 건우를 생각해보면, 어머. 이런때가 있었네...사실 30년전도 아니고 겨우 3년전인데도

저런 단계단계마다의 텐트럼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전문가 용어로 소거 되었다.)


절망이었고. 무서웠고. 두려운 시간들이었다. 

불과 3여년전이지만, 나는 아이의 모습을 마주하며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지금은, 시간도 좀 흘렀고, 아이도 좀 컸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만나면서, 강같은 평강과 믿음으로 내 자신이 한층 더 단단해졌다.


아이가 뒤집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너무나 무력한 내 표정이 떠올랐다.

밖에서 소리치며 난리치는 아이를 바라보며 온몸에 힘이 빠지고, 멍해지는 순간들.

애써 침착해지려는 내 마음과 수치심과 부끄러움과, 그걸 또 부끄러워하고

소름끼쳐하는 나. 

내가 나를 부정하고, 미워하는 그 굴레가 계속 되었다.

그 무한의 불안고리를 스스로 풀고, 다독거리고. 

그리고 마주하며...

그 마음을 그대로 한껏 안아주기까지.

여전히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무릎꿇으며, 그걸 그대로 인정하는 몇년이었다.


매사범사감사


 

뻔한 소리같지만, 정말 뻔하지 않은 말. 

요즘 매일 이 마음을 되새긴다. 

매사 범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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