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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넷, 결국 퇴사를 하다

마흔넷에 퇴사한 장미씨의 회사 창업기 (1) 들어가며 

더 이상 갈 곳이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시작한 사회생활은 자의 반 타의 반 마흔넷까지 22년을 채운 후 그만두게 되었죠. 이 나이 즈음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은 모두 가슴에 상처 하나를 품고 있습니다. 자신 있게 사표 던지고 나온 사람은 많지 않죠. 그저, 나갈 때가 되었기 때문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니까요. 


얼마 전 55세~65세 사이의 신중년이 가장 오래 일하던 일자리에서 그만둔 나이의 평균은 49.4세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났습니다. 대부분 50대 초반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여성의 경우는 그 시기가 더 빨리 오죠. 주변을 보면 40대 초중반을 넘어가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의미로 시작된 제 첫 퇴사는 조금 이른 서른일곱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이름을 알아주는 잡지의 편집장 자리를 내려놓고 나와야 했을 때의 막막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나는 10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이만큼까지 다시 올라갈 수 있었을까?'


이후 5년 간 남들처럼 여기저기, 이일저일을 전전했습니다. 기획 ‘프리랜서’로, 어느 작은 회사의 ‘부장’으로, 글밥 먹고사는 ‘작가’와 ‘편집자’로 다시 작은 회사의 본부장으로. 

그렇게 내게 요청된 모든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면서 구르며 배운 건, 헝그리한 정신과 대리급의 실무 능력이었습니다. 이야기 한 사람은 기억도 못하지만, 들은 사람은 뼈에 남는 그런 말이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요. 당시 제 뼈를 때린 말은 이 말이었습니다. 


“지금 업무 능력은 홍보대행사 대리급 밖에 안돼요”


잡지 편집장 시절 홍보대행사 팀장급만 만나던 위치에서 '실무 능력이 대리급도 안된다'는 구박을 받았으니... 그래서 지금껏 그 말을 잊지 못하는 지도요. 하지만 그래도 당시 웃으며 일할 수 있었던 건, 새로 시작한 일이 내 바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온라인 마케팅은 잡지 편집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고,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개념조차도 정립되지 않은 분야였습니다.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잖아요? … 그래도 덕분에 진짜 바닥부터 업무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바닥부터 업무를 익혀나갔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바닥부터 올라갔으니 떨어질 걱정을 덜 해도 되었을까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마흔넷, 다시 독립을 할 수밖에 없었을 때는 그냥 캄캄했어요. 


퇴사하며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고민은. 

‘이제 뭐 먹고살지?’였습니다.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다 보니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없는 생활은 막막하기만 했죠. 


저는 멋진 창업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지날 때마다 오들오들 떨며,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라고 끊임없이 물어보며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누구는 그 하나하나를 해나가는 과정이 사업의 과정이라고 한다는데… 아직까지도 저는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그저 늘어난 식구를 대표해 깃발 들고 가는 기수 정도의 위치가 제 위치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5년을 살아남았으니, 그간의 노하우는 조금 이야기할 처지가 된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늘 내년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망해도 애들 퇴직금은 다 줄 수 있어’가 되었으니 말이죠. 


장미씨의 창업기는 이런 내용입니다. 

 

멋있는 창업이 아니라, 좌충우돌 바득바득 기면서 살아남은 창업기. 

그래도, 기술 하나는 갖고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창업기.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초기 자본금 1천만 원. 

그리고, 밑천이라곤 그간의 생계형 기술형 경력뿐. 


그렇게 마흔넷에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장미씨는 마흔아홉이 되었고, 아직까지 서교동 바닥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중입니다. 


첫 번째 사업자를 폐업할 때 맞은 500만 원의 종합소득세 빚을 다른 사람은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네네... 쓸 데 없는 오지랖일 수도 있습니다 ㅠ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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