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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합리적인걸 Nov 22. 2022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취미로 만들어요. (3)

(3) 엄마니까 할 수 있어요... 오케스트라 활동

엄마니까 할 수 있어요.

육아는 통상 초등기 연령까지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 엄마는 더없이 중요한 존재가 된다. 아이의 관심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을 때, 시간이 나는 틈틈이 그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활동을 찾아보고 향후 1~2개월 스케줄을 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주말에 아이와 뭐 하지? 어디 가지?'라 할 틈이 없다. 예약해둔 프로그램들을 행하고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그 주변을 탐방하며 다양한 정보를 얻고 종종 맛난 것도 사 먹는다.

각종 체험활동을 아이와 함께 해오면서 내가 배워온 이상으로 더 많은 지식을 흡수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배움의 의미가 더욱 다르게 다가와서 아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이외에 더 큰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성향과 관심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다양한 체험활동이 아이와의 관계를 물렁물렁하게 만든다면, 일정 시간을 할애해서 공통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유기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를 위해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악기 연주와 외국어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공감을 아이와 나눌 수 있음은 더 없이 감사한 일이 되었다.



아이가 어려워할 때 같이 시작한 바이올린 연주는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이어진다.


첼로를 아이와 내 바이올린으로 바꾸다

요즘 학교에선 1인 1악기를 연주한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까지 바이올린을 한다고 했다. 아이가 흘려듣던 클래식 곡을 수십 곡을 외우는데, 음악적 재능이 있을까 싶기도 해 피아노를 장만했다. 하지만, 대소근육 활동이 좋지 않아 손놀림이 쉽지 않은 아이는 피아노 배우기를 어려워했다. 입학 후 머지않아 학교에서 두 번째 바이올린 수업을 듣고 와서 아이는 '엄마 바이올린이 어려워서 좀 연습해야 할 거 같아.'라고 했다. 담임 선생님을 통해 평가점수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굳이 레슨을 받을 정도로 할 필요도 없다고 듣고는 안도했다. 그렇지만 이왕 4학년까지 주 1회 수업하더라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 아이에게 바이올린 수업을 받아볼까 하며 의향을 물었다. 잠시 생각하다 돌아온 답은 '엄마랑 같이하면 갈게.' 


부모님께서 사주신 오래된 첼로

나는 중학교 때 관현악부에 들어가고 싶어 내 키만 한 첼로를 선택했다. 사실 바이올린은 초등 때부터 일찍 시작한 친구들이 많았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했다. 친정에 30년 가량 묵혀 있던 첼로를 팔아 연습용 바이올린 2대를 샀다. 찾아보니 바이올린은 자세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래도 입소문이 난 개인 레슨실을 찾아 첫 무료 자세 강습을 받았다. 한데 학교 수업에 어렵지 않게 따라가기 위해 연습으로 간 건데, 자세만 잡다가 바이올린과 좋지 않은 감정을 쌓을 거 같았다. 물론 제대로 익혔다면 탄탄한 기본기를 익혔을 것이다. 유독 가냘픈 팔과 손목을 가진 아이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싶어 엄마의 욕심을 내려두었다. 


그 대신 레슨비도 저렴해서 둘이 배우기 부담스럽지 않을 마포문화센터에 있는 저녁 타임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 회사에서 귀가하는 중간에 위치하기에 집 앞에서 아이를 픽업해서 강의장으로 향한다. 1대 1 교습과는 달리 강습 홀에 다수가 각기 연습을 하다 보면 선생님이 한 명씩 돌아보며 10분 남짓의 레슨을 해준다. 순번이 돌아오기 전후로 자유롭게 연습을 하고, 1시간의 강습시간이 지나면 개별적으로 악기를 정리해 돌아간다. 7시가 마지막 강습이고 9시에 경비 아저씨가 오시기 전까지 연습실로 이용할 수 있었다. '나는 한 시간 반을 연습할 테니, 엄마는 어른이니까 두 시간을 연습해.'라는 아이의 명령 아닌 명령에 즐겁게 그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성인이 되어 새롭게 배우기엔 손가락 놀림이 쉽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보다는 아무래도 좀 빠른 진도를 나가던 와중, 집 근처 용산꿈나무종합타운에서 토요 오케스트라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수강대상: 전 연령'이란 것을 보고 아이랑 같이 해보면 어떨까 의견을 구했다. '엄마 꿈이 가족이 같이 앙상블 하는 거였거든. 그런데 이번에 이런 거 해보면 좋을 거 같다.'라는 내 말에 '엄마랑 같이 하는 거야? 그럼 해보자.'라고 아이도 흔쾌히 응했다. 

인근에 오케스트라부가 있는 학교도 있고 어릴 적부터 다양한 악기를 취미로 가진 아이들이 있어서 그럭저럭 부원이 꾸려졌다. 퍼스트 바이올린, 세컨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오보에, 피아노로 제법 구성이 되었다. 강좌 마련 의도는  가족 참여였는데 피아노 연주자와 나만 지휘자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았다. 피아노 연주자인 엄마는 본인이 하고 싶었고 아이도 같이 오길 바랐는데 거부해서 혼자 왔다며 우리 모자를 살짝 부러워했다. 피아노와 달리, 아이들뿐인 현악단 중간에 성인인 내가 껴서 좀 애매했지만, 아직 악보를 온전히 혼자 보기 어려운 아이에게 손가락 번호를 기입해주기도 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에게 안정감을 줄 수도 있었다. 

다른 엄마들은 매주 연습 시작 전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2시간 내내 커피숍에서 기다리거나 끝날 때 데리러 오시곤 했다. 같이 해서 부럽다고 하시는데 자신은 엄두가 안 난다고 하는 이도,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부모도 있는 것 같았지만 아이와 함께하진 않았다. 중간 쉬는 시간에 간단한 다과를 나누면 좋을 거 같아서 자발적으로 큰돈 들이지 않는 선상에서 매번 아이와 함께 준비했던 경험도 추억이 되었다. 다른 어머님들도 먹거리를 싸 보내시는 경우가 있어 겹치는 것을 방지하고 받은 것에 보답을 고심하지 않도록 소정의 간식비를 걷었다. 그 과정에서 내 아이는 분기별 간식비를 운용하기 위한 손익계산을 하고 선호도가 높고도 가성비가 좋은 간식 리스트를 겹치지 않게 마련하고 제시간에 공수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용산꿈나무종합타운 토요오케스트라 활동의 대미


그렇게 반년가량 주 1회 문화센터 강좌로 기초를 다지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의 연습한 것을 토대로 연말 꿈나무종합타운 학예회를 통해 선보였다. 무대를 준비하면서 아이와 연습하고 작은 무대지만 함께 섰던 기억은 앞으로 다시 하기 어려운 경험이었기에 더욱 소중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아이와 함께 느낀 긴장감은 어릴 적 무대에 오르던 기억, 대외 세미나 강의를 할 때의 긴장감과 다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아이가 무대에 올라서는 대견함과 혹시 내 아이가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도 사뭇 다른 것이다. 


코로나19로 이후 대면 강습이 중단되고, 그 사이 중학 입학을 앞둔 시점이 되면서 다른 활동들과 겹쳐서 토요 오케스트라를 아쉽게 포기했다. 문득 아이와 함께 연습했던 곡이 흘러나올 때면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우리 연주했던 곡이다.'라며 같이 리듬을 탄다. 이렇게 하나의 추억을 쌓고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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