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달리는 것도 잘 못하는 초보러너
유튜브에 슬로우러닝에 대해 검색하다가 ZONE2 러닝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Zone 2 러닝은 심박수를 특정 ‘지구력 향상용 구간’에 맞춰 달리는 훈련입니다. 말하면서 달릴 수 있을 정도의 느린 속도를 유지하는 러닝입니다. 최대 심박수의 약 60~70% 수준으로 달리는 훈련법이에요.
달리기 첫날은 걷는 속도로, 천천히 3km를 달렸습니다. 달렸다고 적기에도 민망한 속도였어요. 조그만 오르막만 나와도 심박수는 미친 듯이 오르더라고요. 이렇게 느리게 달리는데 심박수는 ZONE2를 넘어 ZONE3~4로 뛰쳐나가니, 이게 맞나 싶었어요. 그렇지만 3km를 달리고 나서도 힘들다는 느낌은 크게 없더라고요. 이렇게만 뛴다면 매일 뛰는 것도 문제가 없겠다 싶었어요.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새로 사지 않았어요. 특히 운동화는 예전에 사둔 싼 러닝화를 일상용으로 신고 있었는데 그냥 그 신발을 신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무릎건강 등 등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작심삼일도 힘들어하는 제가 언제까지 러닝을 할 줄 알고 새로운 것들을 사나 싶은 마음에 있는 것들로 시작했죠.
대신 내가 30일이라는 시간을 뛴다면 초보 러너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러면 운동화 정도는 하나 마련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35일 동안 30일을 뛴다면, 저에게 좋은 러닝화를 하나 사주기로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ZONE2는 생각보다 어려운 훈련이었어요. 조금만 달리면 ZONE2를 벗어나기 일쑤고, 마음먹고 달리러 나왔는데 모든 주변 러너들은 나를 쌩쌩 지나쳐가 버리니 마음 깊은 곳에서의 승부욕이 끓어오르기도 하고요. 항상 속으로 마음을 다잡아야 했어요.
'저 사람들과 나는 시작이 달라. 나는 달리기 초보야.'
'조금이라도 무리해서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면 매일 뛸 수 없어.'
'나는 내 속도로 조금씩 달리기가 늘고 있어.'
체력이 낮은 만큼 변화도 크게 느껴지는 것이 없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주 정도는 무작정 달리러 나갔어요. 5일째 되는 날은 달리고 들어와서도 또 달리고 싶다는 생각에 내일이 빨리 오길 기대하기도 했고요, 10일이 지나던 차에는 달리기 하러 나가기가 너~무 싫은 날도 오고요. 그래도 그냥 일단 나갔어요. 너무 뛰기 싫은 날은 딱 30분만 뛰기도 하고요. 처음 한 달 동안은 40분만 넘게 뛰자!라는 마음으로 나갔어요. 조금 뛰더라도 일단 나가서 뛰고 왔다는 행위에 집중했고 달리기 하고 왔다면 죄책감 없이 놀았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싶을 때, 하루에 엄청 열심히 하면서 단기간에 몰아치는 것보다, Zone 2 러닝처럼 힘을 과하게 쓰지 않고 느리더라도 일정하게 이어가는 것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속도보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마음과 페이스가 중요한 거겠죠. 하루에 많은 양을,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게 아니라,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요!
냉장고에 종이를 붙여놓고, 매일 제가 달린 것들을 기록하고 동그라미를 쳤고 달리지 않는 날은 X표시를 해두었어요. 동그라미가 늘어날 때마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마지막 동그라미를 완성하고 운동화를 사러 가던 날의 뿌듯함이 잊히지 않아요. 기록을 보면 정말 미미하죠? 어떤 사람들은 보면 걷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의 속도일 수도 있죠.
처음으로 긴 시간을 들인 무언가를 성공했다는 느낌. 나쁘지 않더라고요.
저는 미미하게 시작해서 아직 미미하게 아직 달려 나가는 중입니다. 적어도 3개월 동안은 욕심 없이 체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달려보고 싶어요! 지금 저는 두 번째 달력을 채워가고 있어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미약하게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달력에 기록하는 습관도 들여보세요. 달력이 꽉 찼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요. 만약 달력이 꽉 차지 않았더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달리려고 애썼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다음 30일은 조금 더 채워나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