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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Feb 11. 2021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어떤 날은 마치 나에게는 과거가 없었던  같은 기분이  때가 있다. 과거에 알았던 인연들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들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상황들이 기억이 나지만  일들은 나의 감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이 없는  세계는 아무런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고,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이런 느낌이 치매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내용을 잃어버리는  아니라 감정을 먼저 잃어버리고, 감정이 사라져서 사건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아닐까.



그러나 어떤 날은 심장이 아리게 보고싶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떠오르는 날이 있다. 친구와 걸었던 , 우리가 봤던 비오는 마지막 ,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그의 뒷모습,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이태원, 동기들과 꿈을 함께 했던 나의 대학시절, 그리고 엄마, 아빠, 동생. 많은 장면들이 머릿 속에서 영사기의 필름처럼 지나가고, 더는 잡을  없는 추억들을 돌이켜 본다.



더 잘해줄걸. 더 진심으로 대할걸. 더 사랑한다고 말할걸. 더 신경쓸걸.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는 인간이   있는 행동  가장 지치는 행동이다. 과거를 무한이 되감기하다가 지쳐간다. 그러나 나는 이미 어쩔  없는걸. 이미 대충 해버린 . 최선을 다하지 않아 버린걸.



나는 대충하는  모습에 혐오감을 느낀지가 오래되었다. 며칠 ,  이별할 친구에게 떡볶이를 만들어 주고싶어서 인스타카트를 이용해 H마트에서 떡볶이 재료들을 주문했다. 그러나 떡볶이라는 음식을 모르는 라티노는 떡볶이 소스와 오뎅만 주고 은 가져다주지 않았다. 나는 결국  소중한 친구에게 떡볶이를 만들어주지 못하게 되었다. 쿼런틴 기간이라 나가서 떡을  수도 없고, 다시 주문을 해도 하루 뒤에 오기때문에 정말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소중한 사람에게조차 최선의 결과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평소라면 떡볶이가 무슨 대수냐며 '쿨하게' 사건을 넘겼겠지만,  날은 왠지 떡볶이를 만들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서 나는 과거에도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 둘 잃었었고, 결국 이렇게  잃게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떡볶이를 확실하게 만들어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나는 가장 게으른 방법으로 행동했고, 일을 그르쳤다.


떡볶이 하나로 너무 드라마틱한 감정을 걷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이런 단점으로 인한 대가를 인생에서 혹독히 치르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정말 더이상은 나를 참아주기가 힘들었다. 결국 눈물을 터뜨린 나에게 상담가 룸메가 나와 얘기를 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주었다. 작은 것부터 제대로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니체가 작은 성공을 통해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라는 얘기를 한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었는 데, 돌고 돌아 5년 뒤의 나는 바로 그 것을 솔루션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며칠  나는 먼저 빨래를 각을 맞추어 개어보았다. 아빠는 내가 이불을  , 티셔츠를   어떻게 각을 맞추는지 항상 알려줬었는데, 나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었다. 유리언니는 나에게 수건을 개는 여러가지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귀기울이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 영수증을 받아서, 내가  목록 들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봤다.  부분도 엄마가 항상 나에게 지적했던 부분이었다. 내가 산 것들이 제대로 계산 된 것인지 확인하는 아주 사소한 습관.


책을 읽을  빨리 읽느라 행간에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많은 말들을 놓치지 말라고 말해줬던 친구도 생각이 났다. 나에게 80% 안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내신이 수능에 비해서 생각보다  나오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던 사회문화 선생님도 떠올랐다. 귀찮더라도 매뉴얼과 공지, 주의사항을  읽으라고 했던 사람도 생각했다. 심지어는 머리를  빗으라던 수빈이까지 생각이 났다.


나는 모든 행동에서 나에게 조금  나은 것들을 알려줬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인생에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는데 지난 시간 동안 내가 "내가 맞아~"라고 생각하며 지나갔던 것들이 생각났다.  때는 정말 내가 맞는  알았다. 아주 사소한 사람들의 말이었는데 나의 아집은 사람들의 말을  기울여 듣는 것을 항상 막고 있었다.


인생이 어느 날 눈뜨고 보니 잘못되어 있을 때, 그것은 어느 한 특별한 사건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행동들, 아주 중요하지 않은 것만 같았던 일들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내 인생에 대해서 운이 나빴다거나, 사회가 문제였다거나 그런 말들은 통하지가 않는다. 모든 순간에 나는 나의 인생을 바꾸는 한걸음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아직도 내가 나를 깨뜨리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부정적인 사고의 흐름을 타는 것, 위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 행동이 절제가 되지 못한 것. 아직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아집들을 내려놓고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씩 찾아보아야겠다. 나의 사소한 습관, 사고 방식이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지금의 내 인생을 만든 것처럼, 앞으로의 내 인생도 지금의 한 걸음으로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내가 내 삶에, 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후회가 없겠지. 다음 누군가와의 이별 후에는 깊은 후회와 눈물대신, 생각하면 행복했던 기억들에,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에 웃음 지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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