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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문희 May 20. 2024

헌치백

240520


  따끔따끔하고 찌릿찌릿한 글뭉치. 때로 불쾌하고 이따금 관능적이며 알 것 같으면서도 끝내 불가해한 이런 걸 무어라 하더라. 타자?존재?

  승인받지 못한 채 욕만 먹을 게 뻔해 머릿 속에서 잠시 틀고 지워버리는 망상이 눈 앞의 실체인 듯 생생하다. 쉽게 '당사자 문학'이라는데, 천명만명 당사자도 이런 얘기는 못한다. 내면을 직시하고 초자아와 열띠게 다퉈본 사람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다. 시다 슈이치는 '독기있는 유머'라고 표현했더라. 인터넷 용어, 밤거리 은어를 좌고우면하지 않고 가져다 쓰는 패기도 대단.

  그냥 꺼내들면 무례이거나 범죄인 욕망인 것을 소설로 쓰면 용인하는 면이 있다. 이른바 승화다. 예전엔 그 형질 전환만으로 다들 납득하고 넘어갔다. 지금은 작품에도 시퍼런 PC의 칼날을 들이댄다. 잘 써야 겨우 넘어갈 수 있다. 혹은 당사자거나. 이 소설은 둘 다다. 꼭 욕망을 거칠게 드러내는 게 '좋은' 글인지, 당사자가 그러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마땅한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 글이면 납득하게 된다.




P.s.   책 후반에 실린 <문예춘추>와의 인터뷰에서 빵 터졌는데, 덮고 보니 요즘 시장 트렌드가 그냥 체득된 사람인 듯해 선뜩하다. 나는 고군분투해야 겨우 따라간 흉내나 낼 것 같은데...


Q. 지금까지 어떤 문학상에 응모해 왔는지...

A. 주로 여성 독자를 위한 라이트노벨 쪽이 많고, 이따금 SF와 본격 판타지 신인상에도 도전했습니다. 이른바 재벌가 며느리 얘기, 미스터리 취향의 다크 판타지, SF라면 심해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침략자와 싸우는 여성 병사의 스토리 같은 거였어요. ...
  당사자 표상은 <헌치백>이 처음이 아니라 라이트노벨에서도 장애인 주인공의 스토리를 썼습니다. <와병 황녀의 안락의자 탐정물>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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