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을 보내고
고 이선균의 비보를 듣고 점점 차오르는 감정.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하고부터 어제 그의 발인 영상을 본 며칠 동안 그 감정은 더욱 커졌습니다. 무력감, 우울, 허망, 허탈, 좌절, 아련, 안타까움, 미안함. 저는 그의 팬은 아니었는데, 왜인지 가슴속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부정적 감정이 솟아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낼 때 느꼈던 감정을 몇 년 만에 느끼고 있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사람. 정작 그랬으면 하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사람은 잘 살고 있는데 왜 그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 이제는 어떤 말도 전할 수 없는데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라는 위로가 그곳에 전해졌음 하는 심정.
배우는 아닌데, 차 안에서 삶을 정리하는 그의 생각과 감정을 그의 신을 신어 보려 합니다. 출구가 그것 밖에는 없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어떤 심정이었을까. 제게도 이런 감정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내도 인정하는 차가운 감성의 소유자로서는 낯선 기분이네요.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모 유튜버가 실시한 간이 여론 조사 결과에 이슈를 이슈로 덮기 위한 사정 당국의 무리한 수사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사정 당국과 그 윗선은 이 일 이후를 경계해야 합니다. 이제 국민들의 감정이 임계치에 다다랐으니까요. 만일 이후에 이와 같은 비극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아무리 검찰 정권이라도 음의 나비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의 예측입니다.
이제는 자료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고인이 된 우리의 영원한 아저씨 배우 이선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남기고 그는 떠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