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와 전기수의 이야기 -16-
인구 감소 자체는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자연과정입니다. 환경수용능력을 초과한 인구 팽창에 대응하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집단적 행동입니다. 15
인구 감소는 농경 사회 같은 1차 산업에서 제조업의 2차 산업 사회를 지나 3차 산업인 지식 정보 사회로 나아가는 국가마다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죠. 이는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신흥국이 선진국에 가까와질수록, 이런 현상은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하는군요.
저는 이때 미국과 일본은 '위기'에 대한 사고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미국인은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망라하여 열거하고, 각 상황에 대해서 궃체적인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을 절대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사회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고, 그 사태에 대처하는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합니다. 19
그래서 일본인은 현실을 회피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역사를 봐도 그랬죠. 일본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에 패한 이유도 다잡은 승기를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역사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빨리 실패를 인정하고 사회 전체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노력한 인간에게 오히려 책임을 추궁합니다. 집중적으로 비난 공격을 쏟아 붓고, 사죄와 해명을 요구하고, '확실하게 책임'을 지라며 위협합니다. 이것이 일본 사회의 방식입니다.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좋은 일'을 했지만 개인에게는 전혀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패는 인정하지 말고 "모두 최상의 상태입니다"라고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책임을 뒤로 미루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일본인의 특성은 특히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고 은행들이 파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하네요. '나의 임기 기간 동안만은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생각에 문제를 누르고 있다가 퇴직 후에야 터지기를 바라는 회피의 심리.
어떤 경우에도 일본인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위험회피를 준비하는 습관이 없고, 그러한 예측을 하는 것 자체를 패배주의로 간주해 기피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상황판단을 하는 편이 실용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일본인이라는 위험인자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적절한 위험 관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인 저자의 이 말을 들으니, 적어도 투명성을 요구하는 자리에는 일본인 직원을 고용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국지의 소멸은 일본 사회의 국민간 의사소통과 합의 형성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소멸을 어떻게 연기할 것이며, 전국지가 소멸된 이후에 그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국민 여론은 위한 토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는 대단히 중요한 국민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전국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업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보도하지 못하고, 분석하지 못하고,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매체가 다른 업종의 고용 상실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사고방식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37
저는 서울경제를 얼마 전부터 구독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매일경제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를 봅니다. 전에는 매일경제를 보다가 중앙일보를 보았지요. 저희 세대까지는 신문을 보지만, 제 아들 세대는 신문을 구독은커녕 읽나요? 어찌보면, 신문은 저희 세대까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잡지의 위기시대라고 하죠. 심지어는 성인 잡지인 맥심조차 위기를 느낀다고 하는데요. 종합지도 예외는 아니겠죠. 외국의 경우는 그런 다가오는 위기에 지혜롭게 대체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료 디지털 구독이나 신문의 질을 높여서라도 구독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신문을 구독하시나요. 저는 여건만 허락된다면 두 개는 구독하고 싶지만, 지금은 하나로 만족합니다.
일본에서는 국가 또는 국민을 지킨다는 표어 아래 실은 국민과 함께 일본이라는 나라를 세계자본주의에 팔아넘기기 위한 정교한 속임수가 진행되고 있다. 69
맞는 말이죠. 후쿠시마 원전의 폐해를 덮기 위해 올림픽 유치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노력과, 코로나 19의 확산에 미온적으로 대하는 일본의 태도를 보면 더욱 이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이면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집단의 인원수가 던바의 수를 넘지 않으면 모두가 적당히 자율적으로 행동해도 집단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개인이 작물이나 제품을 만들어 물물교환을 하게 되면 집단은 결속이 강해진다. 이것이 바로 상호부조체계다. 이때 집단의 규칙을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72
한마디로 앞으로 일본이 쇠퇴 일로를 걷게 된다면 가장 큰 책임은 재정 및 금융정책의 실수에 있다. 일본 경제의 쇠퇴를 자연현상으로 간주해 포기하려고 하는 일본쇠퇴론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아직도 가야할 길]을 보면, 문제를 직면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해요. 그러고 보면, 일본인은 그런 용기와 공부가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앞에서 말한 일본인의 회피 근성의 발현이라고 할 수는 있겠네요.
한마디로 앞으로 일본이 쇠퇴 일로를 걷게 된다면 가장 큰 책임은 재정 및 금융정책의 실수에 있다. 일본 경제의 쇠퇴를 자연 현상으로 간주해 포기하려고 하는 일본쇠퇴론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81-82
나는 기울어지면서 가라앉고 있는 배의 뱃머리와 뱃고물에 자주 비유한다. "인구가 증가하는 도쿄는 괜찮다"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뱃고물이 먼저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 뱃머리에 모인 사람들이 "와, 저쪽이 먼저 가라앉았어"라며 기뻐하는 광경이 떠오른다. 사실은 도쿄도 이미 가라앉기 시작한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119-120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말이 있죠. 도쿄의 인구가 증가하는 건, 신생아 출생률이 증가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방의 인구 유입 때문이죠. 어차피 저출산 노령화는 도쿄도 예외는 아닌데 말이죠. 한국도 동일하지 않을까요.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가 증가한다고 하지만, 지방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니까 말이죠.
출생률이 현저하게 낮은 도쿄도(지방의 경우는 삿포로시나 후쿠오카시)에 젊은이들이 집중되면 될수록 그들이 남기는 다음 세대의 인구수도 줄어들어 결국 일본 전체의 인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도쿄 블랙홀론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주장은 충격적으로 들리겠지만 완벽한 사실이다. 125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차세대를 재생할 수 있을가? 한마디로 말하면 해결책은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아도 상관없다. 남의 아이를 자기 아이로 키우는 부모가 늘어나도 차세대 재생력은 올라간다. "모든 여성이 아이를 두 명씩 낳는다"가 아니라 세 명이라도 네 명이라도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가 늘어나는 것이 평균 출생률을 끌어올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아이들을 키울 때 생기는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남서지역 섬들을 필두로 서일본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차세대 재생력이 높은 자치단체에는 다자녀가정을 성심껏 도와주는 사회적 기풍이 남아 있다. 아무래도 도시지역과 동일본은 이와 같은 서로 돕는 전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추론된다. 132-133
인구 감소에 대한 책에서 주장하는 인구 감소 대비책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비혼 가정에게도 법적 혼인 가정에 준하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쉽게 말해 결혼을 하지 않고 애를 낳아도 결혼 후 낳은 아이와 동일한 보조를 하자는 것이죠.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보는 거고요. 이 책에서 말하는 또 한 가지 대안은 일부 일본의 지방처럼 육아를 마을 전체가 공동 부담하는 것이죠. 누군가 애를 봐줘야 할 때, 마을 주민이 대신 봐준다거나 하는 것 말이죠.
경제의 겅상화 현상, 인구 감소, 노령화는 하나로 연결된 문제다. 인구 감소는 경제기반이 되는 시장 그 자체의 축소를 의미하며, 노령화의 부담은 사회비용을 인상시키기 때문이다. 141
만약 만혼화에서 조혼화로 방향을 전환하기 어렵다면 가능한 저출생 대책 정책은 하나밖에 없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148
돈은 인간관계의 기반을 뒷받침하는 혈연과 지연 등 연고의 속박을 받지 않고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였다. 돈이 있으면 인간이 다른 사람과 이어지지 않아도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바로 이것이 사회적 발전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가족이 해체되어도, 따돌림을 당해도 돈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153
노파심에 덧붙이면 물론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전부 철저히 개인의 자유이며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 그러나 인구 감소 대책이라는 시점에서 보면 해결책은 분명하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표현이지만 일본의 현재 상태는 단적으로 "지방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결혼만 해준다면 아이는 늘어난다"라고 할 수 있다. 207
아무리 훌륭한 도시를 만들어도 자기결정능력이 없다면 젊은이들은 이렇다 할 목적도 없이 도쿄로 빨려 들어간다. 자기결정능력을 갖춰도 도시 자체에 매력이 없다며 젊은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두 가지가 수레의 양쪽바퀴가 되지 않으면 인구 감소는 멈추지 않는다. 218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이에 대한 양극단의 주장이 있어요. 재앙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였지만, 저출산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적 투입 못지 않게 과감한 법적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혼모나 비혼 가정을 지원하는 것 말이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인구 감소가 초래할 미래를 탐구하고 준비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우치다 다쓰루, 이케다 기요히코|이노우에 도모히로|모타니 고스케|히라가와 가쓰미|브레디 미카코|구마 겐고|히라타 ...출판위즈덤하우스발매2019.12.24.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