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요크에 일주일이나 있으면서 할 일이 있어?
여행을 하기 전에도, 하는 중에도 이런 말을 들었다.
요크는 작은 도시다. 런던이나 맨체스터처럼 유명하지 않고 흔히 생각하는 도시의 세련된 멋도 없다. 그래서 요크는 흔한 당일치기 루트에 들어가는 곳이다. 요크를 무척 그리워했던 나도 이번 일주일은 여유 있게 둘러보고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주일이면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여행을 하며 요크에서 보낸 일주일은 3일 정도쯤으로 느껴졌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만나거나 생각했던 레스토랑들, 공원, 벤치, 동네, 샵들을 돌아보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남은 기간 동안 몇 끼를 먹을 수 있고, 차를 몇 번 마실 수 있는지 세어보기도 했다. 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다음 목적지인 에딘버러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졌다.
요크에서 보낸 며칠째인지는 모르겠지만 써클카페에 앉아 크림 티를 마시다가 일 년을 일주일에 모두 따라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예전에 했던 모든 것들을 하기 위해 일주일을 보내기에는 요크가 너무 아까웠다. 그러니 그냥 돌아오고 싶던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다. 여행을 오기 전부터 뭔가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요크에 돌아오고 싶었으니까.
이번에 요크에 다녀오면 몇 년간은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에딘버러로 떠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또 요크가 그립다. 다시 유럽에 오게 된다면 왠지 모르게 다시 요크역에 서 있을 것 같다. 그때도 변하지 않은 듯 살짝 변한 요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