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만삭의 반달이와 마주친 이후 매일 그곳에 밥을 줬다. 거의 4달 정도 되었다.
밥을 먹으러 온 반달이의 털이 유난히 푸석거리고 옆구리가 요동치던 그날, 반달이는 밥은 먹지도 못하고 물만 벌컥벌컥 마시고는 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나타나지 않았다. 밥을 먹으러 오지 않았던 날, 반달이는 아가들을 낳았던 것 같다.
반달이에게는 쭉 마더 앤 베이비 캣 사료(임신묘와 젖을 뗀 새끼 고양이들을 위한 고열량 사료)를 줬다. 내심 젖을 뗄 무렵 아기들을 데리고 와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새끼들은 보이지도 않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까지 치느라 아기들이 먹을 수 있는 1,2 단계 사료를 다 사두었다.
반달이는 새끼들을 데려오지 않았다. 선명했던 수유의 흔적이 옅어지고, 터질듯하던 배가 쏙 들어갔을 때도 반달이는 계속 혼자 왔다. 임신, 수유기에 많이 채워줘도 텅 비던 사료그릇에 남은 사료가 생기기 시작했다. 출산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날 이후 2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새끼들의 흔적은 없었다. 반달이의 아이들이 오면 주려고 샀던 1,2 단계 사료가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반달이의 아기들은 또 무지개다리를 건넜을지도 모른다. 사료를 다시 사야 할 시기가 다가올수록, 반달이에게서 수유 묘의 흔적이 사라질수록 나는 그 가능성을 회피했다. 서울이 러시아보다도 더 춥던 때에 태어났으니 죽었어도 놀라울 게 없다고, ㅈ과의 반복적 대화를 통해 머리로만 겨우 받아들이면서 속으로는 매일 밥을 주려고 문을 열 때마다 반달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와주길 기대했다.
그날은 마더 앤 베이비 캣을 마지막으로 주는 날이었다. 아무래도 반달이의 육묘는 끝난 것 같으니 혼자 남은 반달이를 챙겨줘야겠다 생각하며 마지막 남은 사료를 탈탈 털어내고 있는데, ㅈ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새끼가 있어!"
반달이가 새끼를 셋이나 데려왔다. 출산 추정일 후 거의 3달이 다 되어가던 날이었다. 길에서 태어나 몸집은 좀 작았지만, 반달이가 잘 돌봤는지 하나같이 깨끗하고 아픈 곳이 없어 보였다. 약간 궁금하기도 겁나기도 하는 표정으로 옹기종기 붙어 앉아 나를 관찰하는 새끼들 옆에 반달이가 든든하게 앉아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눈을 꿈뻑여 인사를 해줬다. 이제 좀 커서 데리고 와봤어, 하는 것 같이. 나는 눈물이 찔끔 나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반달이와 눈을 마주치고 서 있었다.
그날은 다시 마더 앤 베이비 캣 사료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