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산이 보인다.
출입문 옆, 신발장에 삐딱하게 기댄 우산이 보인다.
눈에 거슬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 치우고 싶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집안에서 빈둥빈둥하는 우산이
나의 시선을 끄는 건
괘씸하다.
언젠가 비는 올 것이다.
비가 오면
그때 우산을 찾으면 된다.
한때 잘 어울렸던 친구가 있다.
우리는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 친구는 나를 도왔고,
나도 그 친구를 도왔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
우리의 성공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우리는 사라졌다.
다시 우산을 본다.
미안해진다.
빗방울을 피할 때만
너를 아낀 게 아닐까.
평소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비가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가
밉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비바람을 막아주었더니
이젠 보이지 않는 곳에
꼭꼭 숨겨둘 생각이나 하는 내가
밉지는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