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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래 Jan 07. 2023

우산

우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산이 보인다.

출입문 옆, 신발장에 삐딱하게 기댄 우산이 보인다.


눈에 거슬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 치우고 싶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집안에서 빈둥빈둥하는 우산이

나의 시선을 끄는 건

괘씸하다.


언젠가 비는 올 것이다.

비가 오면

그때 우산을 찾으면 된다.




한때 잘 어울렸던 친구가 있다.

우리는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 친구는 나를 도왔고,

나도 그 친구를 도왔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

우리의 성공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우리는 사라졌다.




다시 우산을 본다.

미안해진다.


빗방울을 피할 때만

너를 아낀 게 아닐까.


평소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비가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가

밉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비바람을 막아주었더니

이젠 보이지 않는 곳에

꼭꼭 숨겨둘 생각이나 하는 내가

밉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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