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나래 Jan 10. 2023

문자 메시지

문제의 해결의 문제의 해결

참 이상한 일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평일 아침에는 그렇게 졸린데, 주말에는 왜 알람 없이도 눈이 떠질까. 이런 날에는 다시 잠들기도 어렵다. 예상치 못한 이른 기상 후에는, 보통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청소를 한다. 청소는 빼기와 더하기가 묶여 있는 연산이다. 빨래통을 비우면 새 빨랫감을 채울 수 있는 것처럼, 비우고 버리면 새로운 자리가 생긴다. 빨래통만 그런 건 아니다. 요즘엔 스마트폰도 청소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청소'는 쓸고 닦는 청소와는 달리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그 대신 정보의 쓸모를 따지는 노동이 필요하다. 놀러 가서 찍은 여러 장의 비슷한 사진은 미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몇 초 간격의 사진을 추리다 보면 시간도 꽤 오래 걸린다. 그동안 받았던 문자 메시지를 쭉 읽어본다. 이게 지워도 되는 문자일지 아닐지 고민한다. 스팸 메시지를 보다 보면 '대체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하는 짜증이 올라온다. 고작 메시지 지우는 데 힘 빼는 게 맞나 싶다. 화면을 꺼버리면 보이지 않으니까,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내버려 두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문자 메시지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음성 통화만 되던 시기에, 통화 대신 용건을 남기는 방법을 찾다가 언제든 주고받을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개발했을 것이다. 같은 내용을 한 번에 여러 명에게 전할 수도 있고, 용량만 괜찮다면, 편지처럼 내용을 저장해둘 수 있다. 물론 그 때문에 발신함의 메시지 수보다 수신함의 메시지 수가 훨씬 많아진다. 허락받지 않은 말들도 내게 전달된다.


세상에 있는 많은 문제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었. 음식을 편하게 담기 위해 만든 일회용기가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적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려고 개발한 무기가 결국 모두의 생명을 위협한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진보하는 것에 관심이 가득하다. 부지런히 밀걸레를 미는 건 좋지만 제 까만 발자국이 찍히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의 기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나는 세상이 천천히 발전했으면 좋겠다. 개선하려고 만든 것이 불편함을 낳고, 그 불편을 해소하려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싫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