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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래 Jan 22. 2024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으니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집에서 홀로 간단한 식사를 했다. 밥을 먹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나른했다. 멀쩡한 침대를 두고 방바닥에 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무겁고 진한 노을빛이 방에 가득했다. 시간이 꽤 지난 버린 듯하다. 팔다리가 저렸고, 팽팽하게 감았던 기억의 실타래는 모두 풀려버려 어제의 일을 기억할 수 없었다.



노을빛에 둥둥 떠서 항해하는 먼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걸 보는 나의 시간도 잠시 멈춰 버린 것 같았다. 내가 보낼 오늘과 내일도 이 먼지처럼 누구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비슷할 것만 같았다.



문득 내가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배는 불렀고, 누구도 내 단잠을 방해하지 않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자유로웠다. 단지 조금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을 불평한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왜 따뜻하지 않냐고 불평하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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