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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텔 Nov 27. 2016

두 번째 Commit

Hello, World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아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에게 칭찬받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누군가에게 칭찬받는다는것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무슨 일을 하던지 그 일을 잘 해냈다고 칭찬받는 상상을 하면서 일을 했고, 내가 상상한대로 일을 끝마치고 칭찬을 들었을 때에는 이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었다. 


2009년 3월 2일, '프로그래밍1 및 실습'이라는 이름의 과목 첫 수업시간에 나는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물론 컴퓨터공학과 입학을 확정지은 후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서 '열혈강의 C언어'라는 책을 사와서 공부를 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개발에 입문한 날은 2009년 3월 2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뿐만 아니라 강의실에 있던 모든 동기들은 '내가 C언어를 씹어먹고 전도유망한 개발자로 태어나겠다'라는 각오로 교수님의 수업을 경청했다. 수업 방식은 3시간의 수업시간 중 1시간 반의 교수님의 이론 수업이 있었고, 나머지 1시간 반의 실습시간으로 진행이 되었다. 


처음으로 수업시간에 작성한 프로그램은 'Hello, World'라는 문자열을 콘솔에 출력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당시의 기억을 회상해보면 처음 'Hello, World'라는 문자열이 콘솔에 출력되는 것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프로그래밍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프로그래밍 언어의 장벽을 느끼기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 때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장벽을 일찍 만난 케이스였다. 처음으로 내가 고비를 만났던 게 '반복문을 이용한 구구단 출력 프로그램'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반복문을 이용해서 1단부터 9단까지의 결과를 콘솔에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제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그 당시의 컴퓨터공학과 1학년 신입생은 어떻게 해야 반복문을 이용해서 구구단의 결과를 출력시킬 수 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었다. 


그 당시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동기들은 과 선배, 혹은 고등학생때 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왔던 동기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스스로의 힘으로 과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선배님 입장에서는 정말 쉬웠던 과제라 스스로 과제를 도와주겠다고 자청하고 나서는 선배님들도 계셨고, 괴로워하고있는 나를 보면서 도와주겠다는 동기도 있었지만 나는 차라리 완성을 못해서 과제 제출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스스로 해결하고싶은 마음에 그 도움들을 한사코 거절했다. 공책을 펴고 펜을 잡고 내가 생각하는대로 로직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1단부터 9단까지 출력해야 하니까 1부터 9까지 반복이 되야하겠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공책에 써내려 간 로직이 완성되고, 그걸 나는 컴퓨터를 통해서 프로그래밍 언어로 써내려갔다. 물론 한번에 에러없이 컴파일이 되지는 않았다. 문법 상에 에러는 없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구구단이 콘솔에 찍히지도 않았다. 남들은 한 시간도 안걸리는 작업을 나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완성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처음 구구단이 정상적으로 콘솔에 출력되었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혀지지않는다.


결국 나도 다른 동기들과 함께 기한 내에 과제를 제출할 수 있었고, 과제 제출 마감일이 지난 다음 주 평소와 다름없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업이 다 끝난 후 강의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교수님이 나를 붙잡았다. 

'자네가 김기범 학생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내가 제출한 과제가 정상적으로 교수님 메일로 전달이 안됐나. 실수로 에러가 나는 소스코드를 과제로 제출했나. 일단 다른 사람을 나로 착각하신 게 아니므로 맞다고 대답을 했다.

'네, 맞는데요'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는거 같은데, 한 번 열심히 해봐요.


교수님의 그 말씀을 지금도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새기고 있다. 지금까지도 교수님의 그 말씀은 내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마다 개발의 길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렇게 나는 개발이라는 세계에 한 발자국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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