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강성 항저우에서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씩 다니는 중국이지만, 이번에는 사업 파트너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국 절강성 소흥에서 나온 40년이 넘은 '여아홍(女儿红)' 술입니다. 파트너의 고향인 소흥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어제 꺼내온 술로, 장쩌민 주석 시절 외국 국빈에게 선물용으로 진상하던 귀한 황주라고 합니다.
2. 여아홍은 중국의 전통 황주(黄酒)로, 과거 딸을 낳았을 때 출생을 축하하며 그녀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축복을 담아 묻는 술로 유명합니다. 딸이 태어나면 가족이 함께 이 술을 묻고, 결혼식 날에 발효된 술을 오픈하여 축하하는 전통이 있죠. 15년에서 20년을 기다리며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는 술입니다. 나보다 소중한 한 존재의 탄생, 성장, 독립, 진심을 담은 축하,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나의 삶. 어쩌면 여아홍은 모든 기업 창업자의 마음속에 하나쯤은 묻어놔야 할 술 단지일지도 모릅니다.
3. 코로나 이전에는 항저우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매년 참석했었고, 그때마다 황주에 푹 취해 다음 날 일어나기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도 사드 문제로 시끄러웠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며 정치적 이슈는 제쳐두고 함께 일해보자고 했던 중국 웹툰, 애니메이션 업계 사장님들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4.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로는 사드와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서서히 시장이 다시 열릴 것 같습니다. 저는 10년을 중국에서 유학했고, 그 후로 10년을 엠젯패밀리를 운영하며 한중 콘텐츠 사업을 해왔습니다. 다음 10년 안에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여아홍을 오픈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