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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일생 Jun 17. 2022

내 인생의 빌런

말 안한다고 모르냐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해도

티격태격하다보면 항상 나오는 말은

‘말을 해야 알지’


나는 여태까지 내가 내 말을, 주장을 너무 안 하고 산게 나의 최대 실수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너였다. 그냥 너라서. 내 인생 최대 빌런.


부부로 십년이 넘어가니 말을 하지 않아도 이런거구나 싶을 때가 많다.

물론 자세한 이유야 말을 들어야 알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혹는 둘러대고 있구나

(진짜 슬프네. 이걸 쓰고 있으니 가장 많이 접한 상황인거 같아서)

귀찮아하는구나 그냥 말만 하는거구나

그냥 감이 온다. 뭐라 설명하기도 애매하지만 경험축적에서 나오는 거다.


물론 한가지에서도 느낄 때도 있고, 여러가지가 모여서 그 어렴풋함이 구체화될 때도 있다.


어차피 해도 바뀔 상황이 아닌데도 말을 툭툭 내뱉어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는 농담이라는 식으로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며 넘어가는 아주 이기적인 인간.


혼전임신으로 연애한지 몇개월만에 결혼 결정을 내렸다. 그 순간 주저하는 말을 했었더라면 나는 바로 임신중단을 했을거지만 임신했으니 결혼해야지 않겠냐는 말을 듣고 책임감과 가정적이라고 생각해버렸던 게 내 최대실수.


그렇게 결혼하고는 농담처럼 ‘너 만나기 전에 진짜 키크고 예쁜 애 만날 가능성이 있었다’는 둥의 이야기를 꺼낸 사람을 난 왜 쳐내지 못했을까. 그래놓고 기분 나빠하면 농담인양 마치 내가 과민반응했다는 식으로 어물정 넘어가고.


결혼 내내도 뭐든 그런 식으로 가스라이팅하더니 이혼 후에도 그 버릇은 여전.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더니)


전화통화만 해도 그렇다. 이혼서류 정리 전이었지만 아들과 전화했다가 고모가 아들에게 버럭하며 뭐하는거냐고 눈치주는 걸 듣고나니 내가 먼저 전화도 못하겠더라. 이야기듣고 자기가 전화하게 시키겠다하더니 진짜 날을 정해두고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잘 하는 것도 아닌데 주말마다 딸에게 전화했다가 엄마가 집에 없다는 얘기만 들으면 아들들과 영상통화를 시켜준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한달에 한번이나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수군수군한다. 보통은 밖에 나간 걸 알면 전화 안 하는게 예의이지 않나. 좀 속보이는 처사인 게 누가봐도 명백하지만 본인은 아이들 보고싶을까봐 하는 통화인거다. 이 얘길 꺼내자 본인은 겨우 한번인가 시켜줬는데 그럼 이제 통화 안해야겠단다. 이건 애들을 두고하는 협박인가? 누굴 위한? 그러고는 본인은 애들 잘 키우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머릿속은 어떤지 참 궁금하다.


진짜 내로남불이 딱 그 사람을 위한 단어인 것만 같다. 모든 일의 기준은 본인.


원래 꿈도 안 꾸고 밤에 잘 자는 편인데도

이 인간 생각만 하면 열받아서 잠이 안 온다.

진짜 복수라는 게 평소에 없는 사람인데 진짜 망가뜨려버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카톡하면서도 내가 애들만 아니었어도 차단했을텐데 라는 생각에 씁쓸.

이 분노의 소용돌이를 어쩌지 못해 꿈에서 괴롭힘당하다 깨서 글을 쓰고 있다.


그 사람이 만날 여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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