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에서 강화도로 워크숍을 가던 날
등산을 하려고 따로 차를 끌고 갔다.
부장님 왈 “어쩜 혼자 산에 갈 생각을 했어??”
- 시간 날 때 해야지 혹은 누군가와 같이 가야지 하면 안 하게 되니까 그냥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해야 하더라고요. 지도 샀더니 내가 간 데 얼른 표시하고 싶어서 의욕이 막 샘솟기도 하고요.
2.
이십 대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얼마를 벌든 기부하면서 살아야지 했다.
아이 낳고 정신없어 실천은 못 하고 있었는데
겨우 내가 한 일은 내가 쓰지 않은, 제법 쓸 만하지만 손 안대는 불용품들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는 것과
아름다운 가게를 봤을 때 안에 들어가 뭐라도 사 가지고 나오는 것 정도였다.
지하철에 돈을 구걸하는 이들이 사실은 직장마냥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좋은 차를 타고 ‘퇴근’ 한다더라 류의 이야기는 사실 기부에 거부감을 들게 만들기도 했다.
단체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건
그 단체를 운영하는데 쓰이는 제반 비용들이 단체가 크면 클수록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기부한 돈에 반에 반이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른 후반이 되고 보니 이러다가는 그냥 하지 않을게 분명하여 유니세프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물론 그 계기는 유니세프에서 제작하는 굿즈이긴 했다.
그냥 통장에서 돈만 슥슥 빠져나가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별 감흥이 없을 터인데 제작한 굿즈(팔찌나 반지-엄청 투박하긴 하다)를 볼 때마다 흐뭇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봉사나 기부도 본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재능이던 재화나 현물 등을 제공하고 나는 마음으로 더 큰 값어치를 얻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그 가슴 벅찬 감정을 좀 더 끌어올리려 한 것이고 말이다.
처음 선보인 프로미스 링은 그냥 넘어갔지만
팔찌를 내놓으면서 쓴 캠페인 문구에 ‘NOW’를 보자마자 홀린 듯이 후원 신청을 했더랬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언제 시작하겠어.
3.
연애를 시작했다.
굳이 따지자면 별로 달라질 건 없다.
일어나서부터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 대화하고, 잠들 때에 굿나잇 인사를 하고, 주말이면 뭘 하고 놀까 고민하며 같이 시간을 보냈다.
서른아홉인 나는 손을 잡는다거나 입맞춤도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기도 하고
자만추의 의미가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에서
‘자고 나서 만남 추구’로 그 뜻이 변질되어가는 시대라 스킨십도 자연스러웠고 말이지.
서로에게 필요해 보이는 소소한 것들을 챙기고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으니
정말 연애하자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바뀐 건 딱 하나.
‘누구야?’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말이 생겼다는 것.
“너는 정말 대답하기 곤란하겠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단번에 설명이 되는데, 음.“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준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실로 얼마나 큰 것인가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한다.
지금 내 휴대폰에는 ‘한때영재’라고 저장되어있는데
뭐라고 이름을 바꿀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