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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변호사 Violett Jan 13. 2024

박사과정 입시 (1) - 학업계획서 작성과 서류 준비


미국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때도 그랬지만, 박사과정 입시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고 특히 법학박사과정에 대한 정보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나처럼 박사과정생 지인 없이 혼자서 입시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 전 기억을 최대한 끌어 모아 보았다.




1. 전공 및 학교 선택


전공이 확실하게 정해진 사람이라면 고민이 없겠지만, 학사와 석사 모두 법학을 했으면서도 박사는 경영학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사실 미국변호사 자격증은 미국에서 더욱 쓸모가 많은 자격증이기도 하고 고민할 당시에는 스스로 법학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계속 다닐 경우(아마도 그렇겠지만) 경영학을 배우면 커리어 확장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작년에 어쩌다 ESG 기획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경영학을 접하게 되었는데 관련 분야를 공부하면 할수록 나의 관심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ESG 전략 기획이나 E(환경), S(사회적 책임)보다는 자꾸만 G(지배구조) 쪽으로 갔다. 법학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경영학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니 오히려 난 법학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이 확고해진 것이다. (역시 이래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것인가 보다.) 뿐만 아니라 경영학 박사는 대부분 풀타임이라 파트박사는 거의 뽑지 않기도 해서 대다수가 파트박사인 법학을 계속해 보기로 결정했다.


법학 내에서의 세부전공은 나의 경력과 관심분야, 앞으로의 비전, 현재 해당 전공 선택자들의 일반적인 경력과 커리어패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했다. 막상 정하고 보니 다른 세부전공에도 관심이 생기긴 했는데 법학 내에서 다른 세부 학문은 연계해서 연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관련 과목이 개설되면 수강하면 될 것 같다. 세부전공은 제일 관심 가는 분야나 계속 연구하고 싶은 분야로 정하면 될 것 같다.


학교의 경우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 먼저 서울대의 경우 대한민국 최고의 네임밸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필기시험과 TEPS라는 높은 관문이 있었는데 박사과정이 아닌 박사과정 입시에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기도 하고, 멀리 다니면서 코스웍과 논문 통과를 다 해낼 자신이 솔직히 없었다. 회사와 학교 사이의 거리, 집과 학교 사이의 거리, 학교에 대한 익숙함의 정도,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하시는 교수님이 계신지, 주변 지인들의 추천 등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했다.  



2. 학업계획서 작성


이력서는 많이 써봤지만 학업계획서를 써 본 적은 석사 지원할 때밖에 없어서 시작부터 어려웠다. 석사 때는 큰 부담 없이 학업계획서를 썼는데 박사 입시가 석사보다 왠지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해 평소 생각을 많이 해 본 편은 아니라서 법학에 대한 나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과 앞으로의 학업을 계획하는 것은 꽤나 어려웠다. 


블로그와 네이버 카페의 게시글을 찾아보며 학업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파악한 후 대략적인 목차를 잡았다. 나의 경우에는 왜 법학을 공부하고 싶은지, 왜 박사과정을 밟고 싶은지, 법학 중에서도 세부전공은 무엇을 선택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면 어떠한 진로로 가고 싶은지 등에 대해 썼다. 현재까지의 학업과 회사 경험을 포함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스토리텔링을 했다. 


간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학문"과 "연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글자수를 채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모집요강이 게시판에 올라오기 고작 일주일 전쯤에야 박사과정에 지원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어 준비시간이 너무 짧기도 했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그렇듯 평일 저녁은 금방 사라져 버리고 주말이 되어야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학업계획서 제출 직전 주말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미리 준비했으면 감기에 걸리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매번 후회하며 매번 벼락치기를 하는 나는 학업계획서를 쓰는 것조차 벼락치기를 했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1시간을 쓰고 누워 쉬다가 다시 1시간을 쓰고 쉬는 걸 아마 5번쯤 반복하며 거의 울면서 완성했다.


매번 회사에서 기획서나 보고서와 같은 문서를 생산해 내다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학업계획서라는 문서를 작성하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석사 입시 때 작성했던 학업계획서와 미국 로스쿨에 제출했던 CV와 Study Plan까지 다시 읽었고, 이직할 때 썼던 자기소개서, 신입사원 지원할 때 썼던 자기소개서, 심지어 메일 맨 끝 리스트에서 대학 입시 때 썼던 자기소개서까지 찾아내서 읽었다.


학업계획서를 쓰는 시간은 단순히 계획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일과 공부에 대한 나의 역사를 돌아보며 왜 박사과정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학업계획서를 쓰면서 더 박사과정에 대한 열망이 커졌던 것 같다. 


나는 필요한 지식을 책을 통해서 습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법학박사 또는 석사과정 지원자라면 홍영기 교수님의 <법학논문작성법>을 매우 강력하게 추천한다. 대학원 생활 관련해서 읽은 에세이도 있었지만 대학원 입시에는 <법학논문작성법>이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다 보면 고등학생 때 문과에서 그 많은 전공 중에 왜 곧 없어진다는 법학 전공을 선택했는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자주 한계에 부딪혀 어려워하면서도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법학의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깨닫기도 했다.   



3. 서류 준비 및 원서 접수 


수능 이후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유웨이 어플라이 사이트에 십몇 년 만에 접속했다. 기본 정보를 입력해 두려고 마감일 전에 접속했는데, 석사 졸업 학교 입력에서 계속 오류가 나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본 후 주말을 넘기고 평일에 결국 유웨이 어플라이 고객센터에 전화까지 해서 해결했다. 나처럼 평소 운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미리미리 원서 접수 사이트에 기본 정보를 입력해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참고로 원서 접수할 때 사진도 필요하니 미리 찍어두는 것이 좋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학력, 경력 등등의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원서 접수비 결제를 하게 되면 원서 접수는 끝이 나는데, 이때 입력한 지원서와 학업계획서도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출력해 두어야 한다. 그 외에도 직장인이라면 재직증명서(현 직장), 경력증명서(전 직장), 성적증명서(학, 석사), 졸업증명서(학, 석사), 아포스티유(해외 대학일 경우)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급하게 준비하는 바람에 점심시간에 시간을 쪼개어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출력하고, 출근길에 전 직장에 메일을 보내고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꽤나 많아서 서류 작업과 행정 업무를 매우 번거로워하는 나에게는 학업계획서 작성만큼 미루고 싶은 일이었다. 우체국에 가서 그 모든 서류 뭉치들을 우편으로 부쳤을 땐 매우 후련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사실 (직무 특성상) 의심병이 있는 관계로 우편 접수를 믿지 못하여 학교에 직접 가서 제출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다소 번거롭기도 하고 평일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우편 제출을 했는데 너무 당연하게도 나의 서류 뭉치는 무사히 도달했다. (고민할 필요 없이 편하게 우편 제출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서류 제출까지 마치면 면접날까지 마음 편히(?) 면접 준비만 하면 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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